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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난 템플스테이, 여주 신륵사에서 조용히 나를 마주하다

나는 요즘 ‘조용한 시간’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서울 봉은사에서의 반나절, 강진 백련사에서의 1박 2일.그 체험들이 내 삶에 남긴 울림이 예상보다 깊었다.그래서 이번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떠나보았다.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다시 나를 바라볼 수 있을까.서울에서 멀지 않은 여주,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신륵사에서의 1박 2일 템플스테이는익숙한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그리고 나는 이제, 이 시간을 더 이상 일회성으로 끝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거리, 다른 목적지여주는 그리 낯선 장소가 아니다.운전을 하다 보면 한두 번쯤 지나쳤고,가끔은 근처 아울렛에 들르기도 했다.하지만 ‘신륵사’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강변을 따라 난 길을 달려 도착한 사..

조용히 나를 들여다본 1박 2일 – 강진 백련사 템플스테이 체험기

서울 봉은사에서 반나절 동안의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이후, 내 삶에 잠깐의 쉼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깨달았다.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고요해졌고, 한동안 그 느낌이 오래 남았다.그래서 이번에는 마음먹고 더 깊은 쉼을 찾아 떠나보기로 했다.1박 2일 동안 나와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조용한 자연 속에 자리한 전라남도 강진의 ‘백련사’였다. 내려가는 길부터 달랐다금요일 퇴근 후 바로 출발했다면 너무 피곤했을 테니,나는 토요일 새벽 첫차를 타고 강진으로 향했다.서울에서 강진까지는 KTX와 버스를 포함해 약 4시간 반.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이상하게 마음은 점점 가벼워졌다.도착할수록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었고,강진만 너머 펼쳐진 바다가 보일 즈음엔내가 도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게 실..

쉴 줄 몰랐던 30년, 도심 속 사찰에서 나를 잠시 내려놓았다

30년 가까이 회사에 몸담으며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왔다.성과, 마감, 책임, 관계...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넘길 수 없었다.그렇게 수십 년을 버텨냈지만, 어느 날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손에 남은 건 실적도, 칭찬도 아닌 피로감과 허무함뿐이었다.그때 알게 된 것이 템플스테이였다. 멀리 떠날 시간은 없었지만,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봉은사에서의 반나절이잠시라도 나를 쉬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출근길, 문득 멍해졌던 그날그날도 늘 하던 대로 아침 7시에 눈을 떴다.셔츠를 입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출근길 지하철에 올랐다.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문득 멍해졌다.“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그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나는 멈추고 싶었다.그게 템플..

산마늘 향을 따라,영월 약초산행과 산채비빔밥 – 약초 여행 8화

산속에서 나는 향기 중에 유독 코끝을 찌르는 것이 있다.바로 산마늘이다.‘명이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진짜 산에서 만나는 산마늘은 향도, 맛도, 존재감도 다르다.이번 약초산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영월.늦봄의 고지대 숲속에서 산마늘을 찾아 걷고,마을 밥상에서 ‘산채비빔밥’으로 마무리한 하루.이 여정은 강한 향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1. 영월로 떠나는 길 – 고요함을 품은 산으로서울을 새벽에 출발했다.목적지는 영월 주천면의 고지대 숲.이곳은 5월 중순에도 공기가 차고,그늘 아래에는 습기가 고여 있어 산마늘이 잘 자란다.차 안에서 회원들과 나눈 대화는 간단했다.“오늘은 향부터 강할 거야.”산마늘을 찾는 날은 말보다 숨이 많다.조용히 걷고, 냄새를 맡고, 땅을 살핀다.산에 도착하니, 아..

민들레 피는 길,양구 약초산행과 들꽃의 하루 – 약초 여행 7화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5월의 끝자락, 산길에 노란 꽃이 피었다.그 꽃은 민들레.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피어 있지만, 사실 민들레는 오래전부터 건강을 위한 약초로 불려왔다.이번 약초산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양구.여기서 나는 ‘길가에 핀 민들레’를 따라 걷고,그 민들레를 삶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민들레꽃 한 송이에서 시작된 하루가자연과 건강, 그리고 느림의 의미를 되짚게 해준 여행이었다. 1. 양구로 향한 아침 – 민들레를 찾아 떠나다서울에서 양구까지는 약 2시간 반.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초록의 물결은 어느새 봄을 넘어서 여름을 향하고 있었다.이번 여행은 산악회 일정은 아니었고,회원 몇 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조용히 떠난 소규모 약초산책이었다.양구 남면 일대는 민들레가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농..

칡을 캐는 손,정선 약초산행과 삶을 배우는 시간 – 약초 여행 6화

깊은 산골로 들어가면, 자연보다 먼저 사람이 보인다.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정선.약초산행 여섯 번째 주인공은 ‘칡’,그리고 그 칡을 평생 캐온 어르신의 손이었다.칡은 뿌리를 뽑아야 얻을 수 있는 약초다.땀을 흘려야만 겨우 한 뿌리,그 고된 작업 속에 숨어 있는 지혜와 생명력은단순한 약초 그 이상이었다.이번 여행은 ‘산 속 채취’에서 멈추지 않고,산속 어르신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자연과 인생의 접점을 배우게 된 하루였다. 1. 정선으로 향하는 길 – 깊은 산, 조용한 기대서울에서 정선까지는 3시간이 훌쩍 넘는다.길은 멀고, 산은 점점 깊어졌다.가도 가도 산이었다.도시에선 단절된 듯했던 초록이,이곳에서는 마치 숨 쉬듯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목적지는 정선군 화암면의 작은 마을.관광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

머위를 따라 걷는 평창 약초길,시골숲과 봄밥상 – 약초 여행 5화

봄이 깊어지면 산도 말을 아낀다.잎은 무성해지고, 땅은 촉촉하며, 사람은 조용해진다.이번 약초산행의 목적지는 평창.강원도의 맑은 공기와 숲속 습기를 품은 땅에는 지금 ‘머위’가 한창이다.머위는 향이 강하지 않지만, 삶아내면 입안 가득 고소함과 쌉싸름함이 번지는 약초다.이번 여행은 평창의 조용한 숲길을 걷고,머위를 따라 마을밥상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하루’였다. 1. 평창으로 향하는 길 – 차분한 시작, 설레는 숲서울에서 평창까지는 차로 2시간 반.이른 아침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이 달라진다.회색 도시는 사라지고, 논과 밭, 비닐하우스, 멀리 보이는 설산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이번 산행은 평창 진부면의 작은 숲길로 정했다.관광지와는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산악회 회원 ..

엄나무순을 찾아 떠난 인제 약초길,산책과 카페 사이의 하루 – 약초 여행 4화

약초산행은 어느새 내게 주말의 루틴이 되었다.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인제.다래순, 고사리에 이어 이번에 찾을 봄 약초는 ‘엄나무순’이다.엄나무는 향이 강하고, 줄기엔 가시가 있어 쉽게 다가가기 어렵지만,그 어린 순은 봄철 건강 식재료로 귀하게 여겨져 왔다.이번 산행은 ‘걷기 좋은 숲길’과 ‘감성적인 로컬카페’가 어우러진 코스로,자연과 일상, 약초와 힐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하루였다. 1. 인제로 향한 느린 출발서울을 떠난 건 오전 7시.차창 밖으로 보이는 경춘선을 따라가듯 이어지는 산과 강은이번 여행이 도시에서 벗어난 '느린 하루'가 될 것임을 예고해줬다.목적지는 인제군 기린면의 작은 산길.지도로 보면 짧은 거리지만, 실제로는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했다.산 입구에 도착하..

고사리 밭 사이로 난 길, 충주 약초산행과 마을밥상 – 약초 여행 3화

초여름의 문턱, 충주는 깊은 녹음으로 물들어 있었다.5월 말, 나는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충주의 한 시골 마을로 고사리 산행을 떠났다.두릅과 다래순에 이어 이번 여정의 주인공은 바로 고사리.어릴 적 시골 밭에서 본 기억은 있었지만, 직접 산에 들어가 채취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자연이 숨겨둔 보물 같은 약초를 찾으며, 마을 밥상에서 만난 건강한 식사까지.이번 여행은 단순한 채취를 넘어 ‘자연과 식탁의 연결’을 온몸으로 체험한 하루였다. 1. 충주로 향한 여정 – 고사리를 찾아 떠나다서울에서 충주까지는 약 두 시간.이른 새벽, 산악회 봉고차에 몸을 실었다.이번 목적지는 충주 산척면의 작은 마을 인근 야산이었다.도시와 멀지 않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한적한 산길이 우리가 향한 곳이다.차 안에서 회..

다래순 찾으러 떠난 양평 약초길과 장날 풍경 – 약초 여행 2화

봄이 깊어지는 5월 초, 산은 더욱 초록을 짙게 입고 있다. 산의 푸르름 속에서 다래순은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올라온다. 이번 산행의 목적은 바로 ‘다래순’을 찾아 걷는 것이다. 가평에서 두릅을 만나고 돌아온 지 일주일, 이번에는 양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래순은 두릅보다 은근한 향을 품고 있지만, 그 부드러움과 생명력은 또 다른 봄의 상징이었다. 이 글은 산속에서 다래순을 만나고, 그 산 아래에서 열린 장날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낸 하루의 기록이다. 1. 양평으로 향하는 아침 – 산보다는 마음이 먼저 도착했다서울에서 양평까지는 차로 약 1시간 반 거리. 이른 아침, 산악회 회원들과 다시 만났다. 이번 산행 장소는 양평의 용문면에 위치한 낮은 산자락이다. 이곳은 관광지로 알려진 곳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