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로컬 여행/약초 산행

민들레 피는 길,양구 약초산행과 들꽃의 하루 – 약초 여행 7화

lala-news 2025. 7. 12. 00:44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5월의 끝자락, 산길에 노란 꽃이 피었다.
그 꽃은 민들레.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피어 있지만, 사실 민들레는 오래전부터 건강을 위한 약초로 불려왔다.
이번 약초산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양구.
여기서 나는 ‘길가에 핀 민들레’를 따라 걷고,
그 민들레를 삶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민들레꽃 한 송이에서 시작된 하루가
자연과 건강, 그리고 느림의 의미를 되짚게 해준 여행이었다.

 

민들레
민들레

1. 양구로 향한 아침 – 민들레를 찾아 떠나다

서울에서 양구까지는 약 2시간 반.
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초록의 물결은 어느새 봄을 넘어서 여름을 향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은 산악회 일정은 아니었고,
회원 몇 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조용히 떠난 소규모 약초산책이었다.

양구 남면 일대는 민들레가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농약이 없는 논두렁과 산기슭, 마을 고샅길을 따라 걷다 보면
노란 민들레가 지천에 피어 있다.

민들레는 약초이자, 들꽃이며, 어떤 이에게는 추억이다.
오늘은 그 민들레를 따라 천천히 걷고,
한 끼를 함께하고,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런 하루였다.

 

2. 들길을 따라 걷는 민들레 산책길

민들레는 특별한 산에 들어가지 않아도 만날 수 있다.
시골길, 논두렁, 밭 가장자리, 계곡 주변…
우리가 걷는 길 옆에도 어김없이 민들레가 고개를 들고 있었다.

가장 어린 민들레잎은 부드럽고 길쭉하며,
이른 봄에 자란 것일수록 약성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줄기는 톡 끊어지며 흰 유액이 나오는데,
이게 바로 민들레 특유의 쌉쌀한 향을 담고 있는 성분이다.

어느 한적한 길목에서
풀을 뜯고 있던 마을 어르신이 다가오며 말씀하셨다.
“그건요, 흰 민들레가 더 귀해요.
노란 건 흔하지만, 하얀 건 진짜 약으로 써요.”

우리는 그 말을 새겨듣고
조심스럽게 몇 잎만 채취해 바구니에 담았다.
남김 없이 캐지 않는 것이 약초산행의 기본 예의다.

 

3. 민들레의 효능 – 길가의 꽃에서 얻는 건강

민들레는 민간에서 오래도록 간 기능 개선,
해독 작용, 소화 기능 촉진, 이뇨 작용 등에 쓰여왔다.
특히 비타민 A, C, K, 칼륨, 철분,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해
✔️ 간 해독 및 피로 회복
✔️ 위장 보호 및 소화 촉진
✔️ 체내 염증 완화
✔️ 혈당 조절
✔️ 부종 완화
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민들레 뿌리는 달여서 민들레차로 마시거나,
잎은 데쳐서 나물로 무쳐 먹는다.
또한 민들레 뿌리에는 인슐린 유사 성분이 있어
당뇨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단, 너무 많이 생으로 먹을 경우 복통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꼭 삶거나 데쳐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민들레나물
민들레 나물

 

4. 민들레와 함께한 밥상 – 자연이 차려준 한 끼

마을 어귀에 있는 식당은 작고 조용했다.
민들레 이야기를 하자, 주인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거 아침에 마당에서 캔 거 있어요. 무쳐 드릴게요.”

보리밥 위에 민들레나물, 두릅장아찌, 취나물, 된장국.
상 위엔 별다른 반찬이 없었지만
한 젓가락 먹자마자 입안 가득 봄이 퍼졌다.

민들레나물은 쌉싸름하면서도 씹을수록 단맛이 났고,
된장과 어우러지며 고소한 향이 은은히 돌았다.
그 맛은 ‘복잡한 요리’가 아니라 ‘순한 정성’ 그 자체였다.

한 끼 식사가 배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맑게 해준다는 걸,
오늘 나는 다시 깨달았다.

 

5. 마을 사람들과 나눈 민들레 이야기

식사를 마치고 마을을 잠시 산책했다.
민들레가 피어 있는 밭둑 옆에서 한 어르신이 뭔가를 말리고 계셨다.
다가가 보니 바로 민들레 뿌리였다.

“이건 차로 마셔요. 위에 좋고, 갈증에도 좋아.”
“그냥 햇빛에 말렸다가, 덖어서 보관해요.”

그 모습은 약초를 연구하는 과학자보다 더 숙련되어 있었고,
그 설명에는 경험과 시간이 녹아 있었다.

우리는 함께 민들레를 따며
자연과 연결되는 삶의 방식,
그리고 그것을 이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기록했다.

 

 

민들레는 늘 가까이에 있지만,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겐 ‘하찮은 잡초’가 아니라
‘살아 있는 약’이었다.

오늘 양구에서 나는 민들레를 통해
건강한 음식, 사람의 정성,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길가에 핀 노란 꽃 하나가
하루를 이끌었고,
그 하루는 마음을 정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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