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로컬 여행/약초 산행 10

산을 지키는 채취.약초 채취법,금지종,안전예절 – 약초 여행 10화

“이건 캐면 안 돼요.”산길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말했다.작고 예쁜 꽃이 피어 있었지만, 우리는 손을 거뒀다.산에는 우리가 몰라도 안 되는 규칙과 예의가 있다.그걸 지키지 않으면 좋았던 산행이 불법 채취로 바뀌기도 한다.약초산행을 하다 보면, 어디까지 채취해도 괜찮은지무엇은 만지면 안 되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오늘은 그 이야기, ‘산을 지키며 채취하는 법’에 대해 정리해본다. 1. 약초 채취, 어디서 해도 괜찮을까?솔직히 말하면, 아무 산에서나 캐면 안 된다.특히 국유림이나 보호지역은 허가 없이는 채취가 불법이다.국유림(산림청 관할)→ 무단 채취 시 산림자원법 위반→ 1,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국립공원, 생태보호구역→ 식물뿐 아니라 흙, 나무가지 채취도 금지개인 소유 산도 함부로 들어가면 안 ..

약초를 오래 먹는법.건조,보관,활용 노하우 – 약초 여행 9화

봄날 산에서 두릅을 캐던 날, 한 회원이 바구니를 보며 말했다.“이거 그냥 두면 내일 다 물러져.”산나물은 금방 상한다. 향도 날아가고, 색도 바랜다.그 말을 들은 후부터 나는 산에서 캐온 약초를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직접 해보니 잘 말리는 법, 오래 두는 법, 맛있게 먹는 법엔 생각보다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오늘은 그동안 배운 약초 보관과 활용 노하우를 정리해두려 한다.산에서 시작된 나물 한 줌이 내 식탁 위에 오래 남도록 말이다. 1. 왜 약초는 바로 먹지 않고 ‘말려야’ 할까?약초는 대부분 수분 함량이 높아 상온에서 빠르게 상한다.특히 두릅, 고사리, 머위, 민들레, 산마늘 등 봄 약초는하루 이틀만 지나도 무르게 변하고, 향이 날아가며,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그래서 민..

산마늘 향을 따라,영월 약초산행과 산채비빔밥 – 약초 여행 8화

산속에서 나는 향기 중에 유독 코끝을 찌르는 것이 있다.바로 산마늘이다.‘명이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진짜 산에서 만나는 산마늘은 향도, 맛도, 존재감도 다르다.이번 약초산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영월.늦봄의 고지대 숲속에서 산마늘을 찾아 걷고,마을 밥상에서 ‘산채비빔밥’으로 마무리한 하루.이 여정은 강한 향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1. 영월로 떠나는 길 – 고요함을 품은 산으로서울을 새벽에 출발했다.목적지는 영월 주천면의 고지대 숲.이곳은 5월 중순에도 공기가 차고,그늘 아래에는 습기가 고여 있어 산마늘이 잘 자란다.차 안에서 회원들과 나눈 대화는 간단했다.“오늘은 향부터 강할 거야.”산마늘을 찾는 날은 말보다 숨이 많다.조용히 걷고, 냄새를 맡고, 땅을 살핀다.산에 도착하니, 아..

민들레 피는 길,양구 약초산행과 들꽃의 하루 – 약초 여행 7화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5월의 끝자락, 산길에 노란 꽃이 피었다.그 꽃은 민들레.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피어 있지만, 사실 민들레는 오래전부터 건강을 위한 약초로 불려왔다.이번 약초산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양구.여기서 나는 ‘길가에 핀 민들레’를 따라 걷고,그 민들레를 삶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민들레꽃 한 송이에서 시작된 하루가자연과 건강, 그리고 느림의 의미를 되짚게 해준 여행이었다. 1. 양구로 향한 아침 – 민들레를 찾아 떠나다서울에서 양구까지는 약 2시간 반.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초록의 물결은 어느새 봄을 넘어서 여름을 향하고 있었다.이번 여행은 산악회 일정은 아니었고,회원 몇 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조용히 떠난 소규모 약초산책이었다.양구 남면 일대는 민들레가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농..

칡을 캐는 손,정선 약초산행과 삶을 배우는 시간 – 약초 여행 6화

깊은 산골로 들어가면, 자연보다 먼저 사람이 보인다.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정선.약초산행 여섯 번째 주인공은 ‘칡’,그리고 그 칡을 평생 캐온 어르신의 손이었다.칡은 뿌리를 뽑아야 얻을 수 있는 약초다.땀을 흘려야만 겨우 한 뿌리,그 고된 작업 속에 숨어 있는 지혜와 생명력은단순한 약초 그 이상이었다.이번 여행은 ‘산 속 채취’에서 멈추지 않고,산속 어르신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자연과 인생의 접점을 배우게 된 하루였다. 1. 정선으로 향하는 길 – 깊은 산, 조용한 기대서울에서 정선까지는 3시간이 훌쩍 넘는다.길은 멀고, 산은 점점 깊어졌다.가도 가도 산이었다.도시에선 단절된 듯했던 초록이,이곳에서는 마치 숨 쉬듯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목적지는 정선군 화암면의 작은 마을.관광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

머위를 따라 걷는 평창 약초길,시골숲과 봄밥상 – 약초 여행 5화

봄이 깊어지면 산도 말을 아낀다.잎은 무성해지고, 땅은 촉촉하며, 사람은 조용해진다.이번 약초산행의 목적지는 평창.강원도의 맑은 공기와 숲속 습기를 품은 땅에는 지금 ‘머위’가 한창이다.머위는 향이 강하지 않지만, 삶아내면 입안 가득 고소함과 쌉싸름함이 번지는 약초다.이번 여행은 평창의 조용한 숲길을 걷고,머위를 따라 마을밥상까지 이어지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하루’였다. 1. 평창으로 향하는 길 – 차분한 시작, 설레는 숲서울에서 평창까지는 차로 2시간 반.이른 아침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이 달라진다.회색 도시는 사라지고, 논과 밭, 비닐하우스, 멀리 보이는 설산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이번 산행은 평창 진부면의 작은 숲길로 정했다.관광지와는 거리가 있는 곳이지만,산악회 회원 ..

엄나무순을 찾아 떠난 인제 약초길,산책과 카페 사이의 하루 – 약초 여행 4화

약초산행은 어느새 내게 주말의 루틴이 되었다.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인제.다래순, 고사리에 이어 이번에 찾을 봄 약초는 ‘엄나무순’이다.엄나무는 향이 강하고, 줄기엔 가시가 있어 쉽게 다가가기 어렵지만,그 어린 순은 봄철 건강 식재료로 귀하게 여겨져 왔다.이번 산행은 ‘걷기 좋은 숲길’과 ‘감성적인 로컬카페’가 어우러진 코스로,자연과 일상, 약초와 힐링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하루였다. 1. 인제로 향한 느린 출발서울을 떠난 건 오전 7시.차창 밖으로 보이는 경춘선을 따라가듯 이어지는 산과 강은이번 여행이 도시에서 벗어난 '느린 하루'가 될 것임을 예고해줬다.목적지는 인제군 기린면의 작은 산길.지도로 보면 짧은 거리지만, 실제로는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했다.산 입구에 도착하..

고사리 밭 사이로 난 길, 충주 약초산행과 마을밥상 – 약초 여행 3화

초여름의 문턱, 충주는 깊은 녹음으로 물들어 있었다.5월 말, 나는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충주의 한 시골 마을로 고사리 산행을 떠났다.두릅과 다래순에 이어 이번 여정의 주인공은 바로 고사리.어릴 적 시골 밭에서 본 기억은 있었지만, 직접 산에 들어가 채취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자연이 숨겨둔 보물 같은 약초를 찾으며, 마을 밥상에서 만난 건강한 식사까지.이번 여행은 단순한 채취를 넘어 ‘자연과 식탁의 연결’을 온몸으로 체험한 하루였다. 1. 충주로 향한 여정 – 고사리를 찾아 떠나다서울에서 충주까지는 약 두 시간.이른 새벽, 산악회 봉고차에 몸을 실었다.이번 목적지는 충주 산척면의 작은 마을 인근 야산이었다.도시와 멀지 않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한적한 산길이 우리가 향한 곳이다.차 안에서 회..

다래순 찾으러 떠난 양평 약초길과 장날 풍경 – 약초 여행 2화

봄이 깊어지는 5월 초, 산은 더욱 초록을 짙게 입고 있다. 산의 푸르름 속에서 다래순은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올라온다. 이번 산행의 목적은 바로 ‘다래순’을 찾아 걷는 것이다. 가평에서 두릅을 만나고 돌아온 지 일주일, 이번에는 양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래순은 두릅보다 은근한 향을 품고 있지만, 그 부드러움과 생명력은 또 다른 봄의 상징이었다. 이 글은 산속에서 다래순을 만나고, 그 산 아래에서 열린 장날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낸 하루의 기록이다. 1. 양평으로 향하는 아침 – 산보다는 마음이 먼저 도착했다서울에서 양평까지는 차로 약 1시간 반 거리. 이른 아침, 산악회 회원들과 다시 만났다. 이번 산행 장소는 양평의 용문면에 위치한 낮은 산자락이다. 이곳은 관광지로 알려진 곳은 ..

두릅 향 따라 떠난 가평 소도시 여행기 – 약초 여행 1화

산에 들면 계절이 가장 먼저 말을 건다. 봄이 오면 나뭇가지 끝에서 두릅이 돋고, 흙냄새를 따라 머위가 고개를 든다. 4월 중순, 나는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경기도 가평의 작은 마을로 약초산행을 떠났다. 목적은 두릅 채취였지만, 그날 산이 준 건 그 이상이었다. 자연의 향기, 마을의 따뜻함, 사람 사이의 온기가 이 하루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 글은 그날의 기록이자, 자연과 마을이 전해준 봄의 이야기다. 1. 가평으로 향한 봄날의 출발서울은 이미 도시의 봄꽃이 지고 있었지만, 가평은 이제 막 봄기운이 퍼지는 중이었다. 아침 6시, 산악회 회원들과 봉고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했다. 차 안에는 채취 가위, 바구니, 물, 그리고 각자의 기대감이 실려 있었다.목적지는 가평 북면의 한 야산. 관광지는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