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로컬 여행/약초 산행

다래순 찾으러 떠난 양평 약초길과 장날 풍경 – 약초 여행 2화

lala-news 2025. 7. 11. 21:35

봄이 깊어지는 5월 초, 산은 더욱 초록을 짙게 입고 있다. 산의 푸르름 속에서 다래순은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올라온다. 이번 산행의 목적은 바로 ‘다래순’을 찾아 걷는 것이다. 가평에서 두릅을 만나고 돌아온 지 일주일, 이번에는 양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래순은 두릅보다 은근한 향을 품고 있지만, 그 부드러움과 생명력은 또 다른 봄의 상징이었다. 이 글은 산속에서 다래순을 만나고, 그 산 아래에서 열린 장날의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낸 하루의 기록이다.

 

양평5일장
양평5일장

1. 양평으로 향하는 아침 – 산보다는 마음이 먼저 도착했다

서울에서 양평까지는 차로 약 1시간 반 거리. 이른 아침, 산악회 회원들과 다시 만났다. 이번 산행 장소는 양평의 용문면에 위치한 낮은 산자락이다. 이곳은 관광지로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다래 덩굴이 자주 목격되는 곳으로 일부 회원들 사이에선 ‘다래밭 산길’로 불린다.

아침 공기는 깨끗했고, 전날 비가 내려 산의 흙냄새가 더욱 짙었다. 산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나무에 감긴 덩굴이었다. 잎을 보며 “이게 다래다”라고 알려주는 선배 회원의 말에, 나는 처음으로 다래순을 구별해봤다.

“이거 부드러운 순만 따야 해. 줄기까지 자르면 다음에 안 나.”

자연에 대한 배려는 약초를 채취하는 기본 예의다. 이번에도 우리는 모두 바구니를 비우고, 마음을 채우기 위해 산에 올랐다.

 

2. 다래순을 따라 걷는 산길 – 느리게, 천천히, 조용히

다래순은 두릅처럼 눈에 확 띄는 형태가 아니다. 덩굴 위에 작은 연둣빛 잎이 번지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산을 오르며 우리는 “이건 아니다”, “이건 다래다”를 반복하며 식별해나갔다.

처음엔 헷갈렸지만, 점점 눈이 익으니 식별이 쉬워졌다. 채취한 다래순은 손끝에서 은은한 풋내를 풍겼고, 입안에 살짝 넣어보니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왔다. 물론 생으로 먹진 않고, 나중에 데쳐서 나물로 먹을 예정이다.

산행 중간중간, 주변엔 머위, 고사리, 심지어 어릴 적 보던 삿갓나물도 보였다. 자연은 이름표 없이 자라지만, 오래 본 사람들은 이름 없이도 그것을 알아본다.

회원 중 한 분은 나뭇가지에 기대 앉아 “이런 산은 천천히 걷는 게 답”이라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 말보다 바람소리가 많았고, 걸음보다 눈길이 더 멀리 갔다.

 

다래순
다래순

3. 산을 내려오며 마주한 작은 마을과 장날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니, 마을 입구에서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오늘 장날이에요~ 어르신, 두릅이랑 고사리 사요~”

양평 5일장이 마침 이날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계획하지 않았던 장터 방문은 오늘 여행의 보너스였다.

장터는 크지 않았지만, 생기가 가득했다.
한쪽에서는 민들레와 달래, 고사리, 두릅 같은 봄나물이 나무 바구니에 담겨 있었고, 다른 한편에선 막 지은 도토리묵, 김치전, 시골 떡이 판매되고 있었다.

나는 다래순을 한 줌 들고 계셨던 할머니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건 언제 따신 거예요?”
“오늘 아침이지~ 이건 우리가 뒤뜰 산에서 바로 따온 거야.”

그 한마디에 신뢰가 생겼고, 나는 조금 더 구입했다.
이런 장터에서의 거래는 ‘물건’보다 ‘믿음’이 오가는 일처럼 느껴진다.

 

4. 장터 음식 한 끼 – 배보다 마음이 먼저 찼던 시간

장터 끝자락에서 작은 이동식 식당이 운영되고 있었다. 메뉴는 보리밥과 청국장, 그리고 무친 봄나물 몇 가지. 앞에서 구매한 다래순을 식당 아주머니께 드리자, 직접 손질해서 살짝 데쳐 무쳐주셨다.

“이건 살짝 데쳐야 돼. 너무 삶으면 다래 향이 날아가.”

그녀의 손놀림은 숙련된 요리사보다 더 정성스러웠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보리밥과 함께 다래순을 먹었고, 그것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경험’이었다.
자연에서 얻고, 시장에서 나누고, 식탁에서 느끼는 것까지 — 이 하루는 오감으로 기억될 만했다.

 

5. 다래순의 맛은 향보다 여운이 깊다

다래순은 향이 세지 않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은 오래 남는다.
이번 산행에서 나는 식물 하나가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겸손함을 다시 느꼈다.
덩굴은 나무에 기대어 자라고, 잎은 나지막이 자라지만, 그 안에 담긴 에너지는 깊고 조용하다.

그리고 산 아래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그 다래순 같았다.
말이 많지 않고, 손이 빠르며, 기운은 따뜻했다.

다래순은 단순히 봄 산나물이 아니라, 예로부터 ‘산에서 나는 청혈제’라고도 불렸다.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소화기 건강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열을 내려주는 성질이 있어 봄철 환절기 피로 회복에도 효과적이다.
민간에서는 이뇨작용, 부종 완화, 위장 안정을 위해 섭취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약초는 한두 번 섭취했다고 바로 효능을 기대하기보단,
꾸준히 자연 속에서 얻은 식재료를 통해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이번 산행을 통해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건강은 단순히 약리적인 성분을 넘어서,
‘방식’ 자체를 바꾸는 힘이 있다.
천천히 걷고, 소박하게 나누고, 감사히 먹는 것.
이것이 내가 이번 여행에서 다시 배운 ‘자연의 리듬’이었다.

 

 

다래순을 따라 걸은 산길과, 장터에서의 작은 만남은
‘여행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내 마음의 정의를 다시 꺼내게 했다.
사진은 몇 장뿐이었지만, 기억은 선명하고 향기롭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산나물일 수 있지만,
오늘 내게 다래순은
‘봄을 오래 붙잡는 방법’이었다.

 

 

🌿 다음 이야기
산을 걷다 우연히 들른 충주의 작은 산골마을.
고사리밭을 지나 찾아낸 약초, 그리고 마을식당에서의 건강한 밥상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 고사리 밭 사이로 난 길, 충주 약초산행과 마을밥상 – 약초 여행 3화
(곧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