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서 나는 향기 중에 유독 코끝을 찌르는 것이 있다.
바로 산마늘이다.
‘명이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진짜 산에서 만나는 산마늘은 향도, 맛도, 존재감도 다르다.
이번 약초산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영월.
늦봄의 고지대 숲속에서 산마늘을 찾아 걷고,
마을 밥상에서 ‘산채비빔밥’으로 마무리한 하루.
이 여정은 강한 향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1. 영월로 떠나는 길 – 고요함을 품은 산으로
서울을 새벽에 출발했다.
목적지는 영월 주천면의 고지대 숲.
이곳은 5월 중순에도 공기가 차고,
그늘 아래에는 습기가 고여 있어 산마늘이 잘 자란다.
차 안에서 회원들과 나눈 대화는 간단했다.
“오늘은 향부터 강할 거야.”
산마늘을 찾는 날은 말보다 숨이 많다.
조용히 걷고, 냄새를 맡고, 땅을 살핀다.
산에 도착하니, 아직 햇살이 나무 사이로 내려오지 않은 시간이었고
습하고 시원한 공기 속에서
‘오늘은 분명히 만날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2. 산마늘 채취 – 향으로 먼저 만나는 약초
산마늘은 잎이 넓고, 단단하며,
채취할 때는 반드시 잎만 따고 뿌리는 남겨둬야 한다.
산마늘의 뿌리는 다시 자라지 않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채취가 중요하다.
걷다 보니 땅에 낮게 깔린 잎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회원 중 한 분이 조용히 손짓했다.
“여기 있다. 이건 상태가 아주 좋아.”
손으로 잎을 만지니 매운 향이 났고,
그 향은 두릅이나 머위와는 전혀 다른,
강하면서도 식욕을 자극하는 향이었다.
우리는 칼과 가위를 꺼내
잎만 조심스럽게 잘라 담았다.
양보다 질, 그것이 산마늘 채취의 기본이다.
3. 산마늘의 효능 – 향처럼 강한 건강의 힘
산마늘은 예로부터 혈액을 맑게 하고, 장을 살리는 약초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알리신, 비타민 A, C, 칼슘, 인, 셀레늄 등이 풍부하여
✔️ 혈액순환 개선
✔️ 항균 및 면역력 강화
✔️ 고혈압·고지혈증 예방
✔️ 항산화 작용
✔️ 장 건강 개선
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산마늘에 함유된 알리신은
마늘보다 더 강력한 항균작용을 갖고 있으며,
냄새는 강하지만 체내 독소 배출에 탁월하다.
민간에서는 장아찌로 가장 많이 먹으며,
잎을 데쳐 비빔밥에 넣으면
향이 진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 된다.
단, 위가 약한 사람은 과다 섭취 시 자극이 될 수 있으므로
적당량을 데쳐 먹는 것이 좋다.
4. 산 아래의 산채비빔밥 – 향이 밥을 이끌다
산에서 내려와 마을식당으로 향했다.
이곳은 산채 요리 전문 식당으로,
주인 어르신이 산에서 직접 채취한 약초를 매일 조리한다.
오늘의 점심은 산채비빔밥.
고슬고슬한 흰쌀밥 위에
취나물, 곤드레, 고사리, 두릅, 머위, 그리고 우리가 오늘 캔 산마늘이 올라갔다.
고추장 한 숟갈, 참기름 몇 방울,
그리고 조심스럽게 비벼 한 입 먹었다.
산마늘의 향이 모든 재료를 이끌었고,
입안은 마치 숲을 통째로 넣은 듯 풍성했다.
주인 어르신은 말했다.
“산마늘은 이맘때 잠깐이에요.
이 향은 6월 넘으면 못 느껴요.”
그 말처럼, 계절이 준 이 한 끼는
순간이지만 오래 남았다.
5. 산을 마시다 – 산마늘차 한 잔의 마무리
식사 후, 식당 옆방에서는
직접 말린 산마늘잎으로 끓인 산마늘차를 제공해주었다.
색은 연한 황갈색이었고, 향은 은은했으며
입안에서 쌉쌀한 맛이 맴돌았다.
“이거 자주 마시면 장이 편안해져요.”
“변비 있는 사람한테도 참 좋아요.”
식당 아주머니의 설명은 설명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었다.
차를 마시며 오늘 채취한 산마늘을 바라보니
그 향이 다시금 코끝에 느껴졌고,
오늘 하루가 몸에 스며든 느낌이 들었다.
산마늘은 향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기억도 강하게 남는다.
오늘 영월에서 나는 ‘강한 향이 주는 은은한 하루’를 경험했다.
한 장의 잎, 한 그릇의 밥, 한 잔의 차 속에
산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말을 걸어왔다.
이제 내 안엔 그 향이 남았다.
그리고 나는, 다음 약초의 향을 기다리고 있다.
🌿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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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초를 오래 먹는법.건조,보관,활용 노하우 – 약초 여행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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