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로컬 여행 69

약초를 오래 먹는법.건조,보관,활용 노하우 – 약초 여행 9화

봄날 산에서 두릅을 캐던 날, 한 회원이 바구니를 보며 말했다.“이거 그냥 두면 내일 다 물러져.”산나물은 금방 상한다. 향도 날아가고, 색도 바랜다.그 말을 들은 후부터 나는 산에서 캐온 약초를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직접 해보니 잘 말리는 법, 오래 두는 법, 맛있게 먹는 법엔 생각보다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오늘은 그동안 배운 약초 보관과 활용 노하우를 정리해두려 한다.산에서 시작된 나물 한 줌이 내 식탁 위에 오래 남도록 말이다. 1. 왜 약초는 바로 먹지 않고 ‘말려야’ 할까?약초는 대부분 수분 함량이 높아 상온에서 빠르게 상한다.특히 두릅, 고사리, 머위, 민들레, 산마늘 등 봄 약초는하루 이틀만 지나도 무르게 변하고, 향이 날아가며,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그래서 민..

소원했던 우리 부부, 영양 산길에서 다시 손을 잡다

🔖 여행 이야기 흐름말은 있지만 대화는 없었던 우리함께 떠나기로 한 결정경북 영양,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핸드폰을 내려놓고 마주 앉은 저녁다시 걸은 길, 그리고 잡은 손돌아오는 차 안의 달라진 공기1. 말은 있지만 대화는 없었던 우리같은 집에 사는데, 이상하게 대화가 줄었다.필요한 말은 했지만, 감정이 섞인 말은 잘 하지 않게 됐다.아침엔 출근 준비하느라 바쁘고, 퇴근하면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TV를 봤다.남편은 뉴스, 나는 쇼핑앱.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를 보지 않고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당신, 요즘 왜 이렇게 말이 없어?”남편의 말에, 나도 되물었다.“당신도 그래.”그날 밤,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우린 언제부터 이렇게 멀어진 걸까.말을 꺼내기도, 듣기도 조심스러운 사이가 돼버렸다...

서울을 껐더니, 마음이 켜졌다 – 직장 동료와 함양에서 보낸 2박 3일

매일 쏟아지는 알림음과 무심코 넘기는 수십 개의 메시지 속에서,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지친 눈으로 야근 중인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우연히 옆자리 재현 씨와 눈이 마주쳤다. “주말에, 우리 그냥 아무 데나 떠나볼까요?”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우리는 어디로든, 그저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다. 고민 끝에 고른 곳은 ‘함양’이라는 생소한 지명이었다. 휴대폰 검색 결과조차 많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끌렸다. 그렇게 우리는 2박 3일간의 자연 속 디지털 디톡스 여행을 떠났다. 목적은 단 하나,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 이번 여행 이야기 구성 보기지친 일상 속, 문득 떠나고 싶었던 어느 날천년 숲, 상림공원에서의 조용한 첫 산책와이파이도 없던 숙소, 그 밤의 따뜻한 대화..

하늘비재에서의 여름 – 전파 없는 마을에서 찾은 진짜 쉼

올여름엔 어디 멀리 떠나지 않기로 했다. 바다도, 해외도 아닌 조금 더 조용하고, 내 마음과 가까운 곳을 찾고 싶었다. 어느 날 문득 생각났다. 예전에 딸과 함께 다녀온 인제의 작은 마을. 전파도 잘 안 터지고, 시냇물 소리만 가득하던 그곳.그 마을 초입에 있는 민박집, 이름도 참 예뻤다. ‘하늘비재’. 그때는 그냥 하룻밤 머물렀지만, 마음 한구석에 그 풍경이 오래 남아 있었다.다시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고, SNS도 이메일도 잠시 멈췄다. 이번 여름휴가는 세상과 단절하고, 오직 나 자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전파 없는 마을, 그 낯설고 반가운 고요함인제 읍내를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돌자, 도로는 점점 좁아졌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도시의 어떤 광고보다도 평화..

전남 보성, 운다헌에서의 요가와 차 명상 – 나를 찾아 떠난 2박 3일

도시에 오래 머물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이 점점 메말라가는 걸 느낀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일에 몰두하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나에게 ‘쉼’은 더 이상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전남 보성의 한옥 스테이 ‘운다헌’. 차밭이 내려다보이는 조용한 한옥에서 요가와 명상, 다도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는 소개 문구에 이끌려 나는 짐을 쌌다. 봄이 완연한 5월, 초록이 가장 짙은 시기에, 나 자신을 다시 만나기 위한 작은 여행을 떠났다.도착과 첫인상 – 초록 물결 사이로 들어선 고요한 집전남 보성역에 내리자 공기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미세먼지로 흐릿한 하늘이 아닌, 푸른 하늘과 탁 트인 산자락이 나를 반겼다. 예약해둔 스테이 ‘운다헌’은 차밭 언덕 위에 위치한 조용한 ..

폰 없이 마주한 딸, 처음 듣는 마음의 소리 – 가평 글램핑장에서의 디지털 디톡스 여행

늘 손에 폰을 쥐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문득 마음이 무거워졌다.스마트폰은 어느새 우리 가족 사이의 침묵을 당연하게 만들었고, 대화는 단답으로 줄었으며, 눈을 맞추는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스마트폰 속 정보와 메신저 알림이 우선이 되었고, 정작 내 옆에 있는 아이와는 마음을 제대로 나눈 기억조차 아득했다.그래서 이번엔, 단단히 마음먹고 딸과 함께 떠나기로 했다.목적지는 경기도 가평. 사람 많은 관광지 대신, 조용한 숲속 글램핑장을 예약했다.무엇보다 ‘하루 동안 스마트폰 없이 지내기’라는 약속을 나누며,작게라도 우리 사이의 벽을 허물어보고 싶었다. 처음 글램핑장에 도착했을 때, 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텐트를 바라봤다.“오, 이거 캠핑장이야? 생각보다 좋다?”텐트 안에는 침낭..

“나를 만나는 하루 – 요가와 명상, 그리고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나온 눈물 한 줄기”

몸이 아닌 마음이 먼저 지쳐 있던 어느 날때론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그날도 그랬다.일상은 돌아가고, 사람들과 말도 섞지만어딘가 허전하고 메말라 있는 내 감정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었다.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가와 명상 리트릿’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경기도 근교 조용한 명상센터에서 진행되는 소규모 워크숍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그 순간 마음이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반응했다.‘가봐야겠다.’ 나를 마주하는 시간, 처음엔 낯설고 조심스러웠다명상센터는 산자락 아래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주변엔 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졌다.참가자들은 나를 포함해 7명.서로 인사도 조심스럽게 ..

도심을 벗어나 마음을 듣다 – 경기도 광주 명상센터 체험기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쉼'의 시작하루에도 수십 개씩 스쳐 지나가는 유튜브 영상 중 하나였다.‘호흡 명상’, ‘스트레스 완화’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띄었고,무심코 재생한 영상 속에서 김주환 교수의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 순간은 그저 지나가는 시간의 한 장면이었지만,며칠 뒤 나는 『내면 소통』이라는 그의 책을 사게 되었고,그때부터 '명상'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내가 나를 회복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마음챙김'의 개념을 이해했다.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인식하는 것.그러나 이론만으로는 깊이 다가갈 수 없었다.나는 결국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서울에서 차로..

다시 떠난 템플스테이, 여주 신륵사에서 조용히 나를 마주하다

나는 요즘 ‘조용한 시간’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서울 봉은사에서의 반나절, 강진 백련사에서의 1박 2일.그 체험들이 내 삶에 남긴 울림이 예상보다 깊었다.그래서 이번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떠나보았다.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다시 나를 바라볼 수 있을까.서울에서 멀지 않은 여주,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신륵사에서의 1박 2일 템플스테이는익숙한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그리고 나는 이제, 이 시간을 더 이상 일회성으로 끝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거리, 다른 목적지여주는 그리 낯선 장소가 아니다.운전을 하다 보면 한두 번쯤 지나쳤고,가끔은 근처 아울렛에 들르기도 했다.하지만 ‘신륵사’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강변을 따라 난 길을 달려 도착한 사..

조용히 나를 들여다본 1박 2일 – 강진 백련사 템플스테이 체험기

서울 봉은사에서 반나절 동안의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이후, 내 삶에 잠깐의 쉼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깨달았다.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고요해졌고, 한동안 그 느낌이 오래 남았다.그래서 이번에는 마음먹고 더 깊은 쉼을 찾아 떠나보기로 했다.1박 2일 동안 나와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조용한 자연 속에 자리한 전라남도 강진의 ‘백련사’였다. 내려가는 길부터 달랐다금요일 퇴근 후 바로 출발했다면 너무 피곤했을 테니,나는 토요일 새벽 첫차를 타고 강진으로 향했다.서울에서 강진까지는 KTX와 버스를 포함해 약 4시간 반.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이상하게 마음은 점점 가벼워졌다.도착할수록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었고,강진만 너머 펼쳐진 바다가 보일 즈음엔내가 도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게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