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쉼'의 시작
하루에도 수십 개씩 스쳐 지나가는 유튜브 영상 중 하나였다.
‘호흡 명상’, ‘스트레스 완화’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띄었고,
무심코 재생한 영상 속에서 김주환 교수의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은 그저 지나가는 시간의 한 장면이었지만,
며칠 뒤 나는 『내면 소통』이라는 그의 책을 사게 되었고,
그때부터 '명상'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내가 나를 회복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마음챙김'의 개념을 이해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인식하는 것.
그러나 이론만으로는 깊이 다가갈 수 없었다.
나는 결국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떨어진 경기도 광주.
숲으로 둘러싸인 명상센터에서 하루 명상 워크숍이 열린다는 정보를 찾았다.
‘몸을 이완한 후 집중을 통해 마음을 바라보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 있었고,
호흡, 걷기, 스트레칭, 감정 나누기 등으로 구성된 소그룹 수업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몸을 움직이며 마음을 깨우다
명상은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다.
우리는 먼저 가볍게 몸을 푸는 스트레칭과 동작 명상으로 하루를 열었다.
의외였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명상의 시작이라니.
처음엔 단순한 동작 같았지만,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움직이자
몸 속에 응어리처럼 쌓여 있던 긴장이 슬며시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굳어 있던 어깨, 무감각했던 허리,
그리고 생각보다 단단하게 버티고 있던 내 마음까지
서서히 풀려 나갔다.
그다음은 바디스캔 명상.
조용히 눈을 감고,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천천히 감각을 스캔해 나갔다.
가슴께에서 미세한 두근거림이 느껴졌고,
배 위에 손을 올렸을 땐
내가 나를 다독이는 듯한 따뜻한 감촉이 전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감정 명상’ 시간이었다.
머릿속에서 한참 밀어두었던 감정들이
마음의 표면 위로 천천히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그저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것을 짧은 말로 표현해본 후,
소그룹 안에서 나누는 시간은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정직하고 고요한 대화였다.
말 없이 머무는 감각, 그리고 여행으로서의 의미
점심시간이 되어 명상센터 주변을 가볍게 산책했다.
도심에서는 들을 수 없는 새소리,
땅을 밟는 내 발의 감각,
느리게 흔들리는 나뭇잎들.
나는 그 속에 조용히 걸었다.
이건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연습’이었다.
명상 이후에는 모든 감각이 더 섬세해졌다.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
햇살이 팔 위에 닿는 따뜻함,
걷는 내 발의 리듬.
어떤 감각도 ‘배경음’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모든 순간이 나를 향한 말처럼 느껴졌다.
조용한 마을 풍경 속에서
나는 명상이라는 이름의 ‘여행’을 하고 있었다.
목적지가 없었고,
기념품도 없고,
사진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어느 여행보다 ‘나에게 가까워지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모두가 한 줄로 앉아 마지막 짧은 나눔을 가졌다.
누군가는 “하루가 이렇게 길 수 있구나”라고 말했고,
또 다른 사람은 “감정이 이렇게 말 없이도 흘러나올 수 있단 걸 처음 알았다”고 했다.
나는 말 대신 작은 미소로 답했다.
내 안에서도 말 없이 흘러나오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안내
- 장소: 경기도 광주
- 프로그램: 하루 명상 워크숍 (스트레칭, 호흡 명상, 감정 명상, 소그룹 나눔 포함)
- 참가 방식: 사전 예약제 / 소규모 진행
- 준비물: 편한 복장, 물, 메모 가능한 노트
- 기타: 핸드폰 OFF 권장, 식사는 제공됨
이건 나를 찾아가는 한 방식일 뿐
누군가에겐 명상이 유행일지 모르고,
누군가에겐 지루한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이 하루는,
내가 나에게 말 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난 건 아니지만,
그 어떤 여행보다도 조용하고 깊었다.
그리고 나는 느낀다.
이런 시간이 한 번이 아니라,
또 다시 필요하다는 것.
다음에는 혼자가 아닌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말 없이도 연결되는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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