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로컬 여행/디지털 디톡스

“나를 만나는 하루 – 요가와 명상, 그리고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나온 눈물 한 줄기”

lala-news 2025. 7. 13. 01:21

몸이 아닌 마음이 먼저 지쳐 있던 어느 날

때론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날도 그랬다.
일상은 돌아가고, 사람들과 말도 섞지만
어딘가 허전하고 메말라 있는 내 감정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었다.
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가와 명상 리트릿’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
경기도 근교 조용한 명상센터에서 진행되는 소규모 워크숍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마음이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반응했다.
‘가봐야겠다.’

 

명상
고요한 나와의 만남

나를 마주하는 시간, 처음엔 낯설고 조심스러웠다

명상센터는 산자락 아래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주변엔 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졌다.
참가자들은 나를 포함해 7명.
서로 인사도 조심스럽게 건네며, 어색한 미소를 주고받았다.

프로그램은 ‘몸을 깨우는 간단한 요가 동작’으로 시작됐다.
마치 내 몸을 다시 살아나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굳어 있던 어깨와 허리가 풀리면서,
마음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겼다.

이후 본격적인 명상이 시작됐다.
‘나의 평생을 들여다보는 탐색’이라는 주제로,
과거의 기억을 천천히 떠올리고,
그 기억 속에서 반복되는 감정과 패턴을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처음엔 눈물이 나올 줄 몰랐다.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을 뿐인데,
언제부터인가 울음이 터져 나왔다.
숨이 막힐 듯 가슴이 먹먹했지만,
같은 만큼 시원했다.
묵은 감정이 정체되어 있던 마음 어딘가에서 밖으로 흘러나온 느낌이었다.

 

몸의 이완이 주는 깊은 치유감

점심시간이 지나고 다시 시작된 프로그램은
호흡을 중심으로 한 명상과 요가 니드라(깊은 이완 상태를 유도하는 명상)였다.

요가 니드라는 평소 경험하던 명상과는 전혀 달랐다.
몸을 바닥에 누인 채,
지도자의 음성에 따라 의식을 몸 구석구석으로 천천히 이동시켰다.
‘발가락을 느껴봅니다…’,
‘배의 따뜻함을 인식합니다…’
처음엔 집중이 되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의식이 가벼워졌다.

그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감정은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어릴 적 기억,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감정,
그리고 지금의 나를 조용히 바라보는 시선까지.
그 깊이에 도달하고 나니
또 한 번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슬픔보다 후련함,
무너짐보다 정화된 느낌이었다.
내가 울고 있는 걸 센터 선생님도, 옆에 있던 참가자도
그저 고요하게 바라봐주었다.
그 순간이 참 고마웠다.

 

명상
싱잉볼의 깊은 울림

소그룹 안에서의 위로와 공감

명상이 끝나고 난 뒤, 우리는 조용히 둥그렇게 앉았다.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감정 나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누가 먼저 말문을 열까 고민하는 듯한 공기가 흘렀지만,
한 명이 입을 열자, 다른 사람들도 조심스럽게 마음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내 감정을 인정받은 것 같아요.”
“그동안 너무 억지로 괜찮은 척하고 있었더라고요.”
“이런 건,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거네요.”

모두 낯선 사이였지만,
그 자리는 이상하리만치 편안하고 따뜻했다.
누구도 누구를 위로하려 들지 않았지만,
그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 속에서 위로가 되어주었다.

진지하면서도 조심스러운 대화 끝엔
묵직한 정적 대신 가벼운 미소와 눈빛이 오갔다.
그 시간은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내가 살아 있다는 실감을 되찾는 시간이었다.

 

명상이라는 여행, 그리고 작은 마무리

마지막엔 센터 근처를 함께 산책했다.
햇살이 부드럽게 비치고,
발밑의 흙길이 무척이나 편안했다.
누군가는 걷는 내내 말이 없었고,
누군가는 조용히 풀잎을 만지며 길을 걸었다.

별것 없는 산책이었지만,
그 하루가 내 안에 남긴 흔적은 생각보다 진했다.

돌아오는 길, 나에게 묻고 싶었다.
‘지금 내가 살아 있는 걸 느끼고 있니?’
그리고 대답이 들렸다.
‘응, 지금은 확실히 느껴져.’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조용히 모여 식사를 했다.
따뜻한 국물, 정성스런 반찬들.
평범한 한 끼였지만, 그날만큼은
모든 감각이 깨어 있었고, 맛이 마음 깊숙이 닿았다.

나는 그렇게
이 여행을 마쳤다.

 

삶은 여전히 복잡하지만, 내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졌다

이 하루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진 않았다.
현실은 여전히 복잡하고,
삶의 무게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분명히 다르다.
이전엔 보이지 않던 나의 ‘감정 패턴’이 보이고,
누군가와 더 진심으로 마주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마음속 한 구석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던 불안은
조금은 정리되었고,
지금은
‘내가 나와 함께 살고 있다’는
묘한 안도감이 있다.

나는 아마 이 체험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또 한 번,
나를 만나기 위한 여행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