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만의 특별한 하루
고등학생 딸과 단둘이 오랜만에 시간을 맞춰 떠난 근교 여행.
강화도는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깊었다.
이번 여행은 교동도, 석모도, 강화 본섬까지 하루에 모두 둘러본 강화군 3섬 투어였고,
그 안에는 시장의 추억, 절의 경건함, 바다의 여유, 그리고 감성 가득한 카페까지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교동도 대룡시장 – 엄마와 딸의 감성 타임슬립
여행의 시작은 교동도 대룡시장.
교동대교를 건너 민통선 안쪽으로 들어서며 마음도 조금씩 설렜다.
이곳은 실향민들이 형성한 마을에 자리한 시장으로,
오래된 간판과 교복 대여소, 옛날 문방구, 다방 모형까지
모든 풍경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시장 초입에서 종이 인형, 전통 부채, 오래된 포스터들을 보며 나는 추억에 잠겼고,
딸은 “엄마, 이거 너 어릴 때 진짜 쓰던 거야?”라고 묻곤 했다.
“응, 진짜 이렇게 생겼었어. 안 믿기지?”
우리는 웃으며 옛 교복 대여 부스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 잔치국수와 튀김, 강정을 나눠 먹었고,
기념 엽서와 작은 자개 거울도 기분 좋게 구입했다.
복고 감성 가득한 풍경 속에서 딸보다 내가 더 들떴고,
딸은 “엄마가 애처럼 좋아하네?”라며 웃었다.
이곳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나와 딸이 세대 간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었던 특별한 공간이었다.
석모도 보문사 – 산, 절, 그리고 마음의 기도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석모도 보문사.
차로 40분 정도 이동해 도착한 이곳은,
절 입구부터 바다 바람과 산 공기가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보문사까지 오르는 길은 가벼운 등산 코스 수준이었고,
딸은 초반엔 “이 길 너무 힘들다…”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정상에 다다랐을 때, 바위 절벽 전체에 조각된 부처님과
그 너머로 펼쳐진 바다 풍경을 보며, 딸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엄마, 여긴 진짜 신기한 절이다. 여기서 소원 빌면 잘 이뤄질 것 같아.”
딸은 자연스럽게 두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했고,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맙고도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하산길에는 절 앞 특산물 가게에서 강화도 명물인 새우를 샀다.
통통하고 고소한 새우는 한 입에 풍미가 가득했고,
산바람을 맞으며 먹는 맛이 더해져 딸과 나는 웃으며 연신 맛있다를 외쳤다.
간장게장 정식과 해안 드라이브 – 바다를 곁에 두고
보문사 근처에는 식당들이 여럿 있었고, 우리는 간장게장 전문점에 들렀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순간, 딸은 “이거 처음 먹어보는데, 진짜 맛있다”며 놀라워했다.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아 먹는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까지 채우는 시간이었다.
식사 후 강화도 중심 방향으로 이동하며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길게 이어지는 논과 바다, 그리고 저 멀리 수평선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도중에 ‘강화 스페인 마을’이라는 이국적인 테마 공간이 보였고,
우리는 잠시 차를 세우고 구경하기로 했다.
알록달록한 건물과 포토존, 아기자기한 외관은 유럽 골목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주었고,
건물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말 그대로 풍경 그 자체였다.
딸은 “사진 진짜 잘 나온다”며 연신 셔터를 눌렀고, 나도 딸의 웃는 얼굴을 담느라 바빴다.
조양방직 –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감성 카페
여행의 마지막은 강화도의 명소, 조양방직이었다.
원래는 방직공장이었던 이곳은, 지금은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이자
거대한 전시장이자 감성 카페로 변모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딸은 “엄마, 여기는 카페라기보다 박물관인데?”라고 했고,
나는 “맞아, 그런 느낌이야”라고 대답했다.
내부에는 옛 타자기, 선풍기, 라디오, 공장 기계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공간마다 다른 테마와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는 빵과 따뜻한 차를 주문해 조용한 야외 테이블에 앉았고,
그 순간만큼은 하루의 여정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딸은 “이 방 조명 너무 예뻐. 여기서 꼭 사진 찍자”며 나를 이끌었고,
나는 웃으며 따라갔다.
야외 화장실조차 독특한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딸은 “여기 진짜 감성 미쳤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카페가 아니라 감동을 전하는 공간, 조양방직은 그렇게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해주었다.
짧은 하루, 긴 기억
하루치 여행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것을 담았던 날.
딸과 나는 시장에서는 웃고, 절에서는 기도하고, 식당에서는 감탄하고, 카페에서는 쉼을 누렸다.
짧지만 진하고, 가깝지만 깊은 하루였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
하지만 마음은 멀리 다녀온 듯한 이 여행은
엄마와 딸, 둘만의 특별한 추억이 된 하루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소도시 로컬 여행 > 국내 가족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산 가족여행기 – 태화강 십리대숲과 고래, 바다를 품은 1박 2일 (0) | 2025.07.21 |
---|---|
영월 가족여행 – 동굴과 별, 단종을 만나다 (0) | 2025.07.20 |
엄마와 함께한 산청 동의보감촌 여행 – 약초 향기와 따뜻한 물로 채운 1박 2일 (0) | 2025.07.19 |
엄마와 함께한 겨울 고향 여행: 간성의 바다, 추억 그리고 온기 (0) | 2025.07.18 |
엄마와 함께한 담양 소도시 여행 – 초록 숲길과 가을빛 단풍 사이에서 (0) | 2025.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