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게, 천천히 함께 걷기 위해 떠난 길
언제부턴가 엄마는 몸의 이곳저곳을 자주 두드리셨다.
무릎이 욱신거린다, 밤에 푹 자질 못한다, 입맛이 없다.
엄마가 아프다는 말은 자주 하지 않지만,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조금 특별하게 준비했다.
볼거리보다 ‘쉴 곳’을,
체험보다 ‘회복’을 중심에 둔 여행.
경남 산청의 동의보감촌은 그런 점에서 아주 딱 맞는 곳이었다.
엄마와 함께 조용히 걷고,
좋은 공기와 약초 향을 맡으며
몸도 마음도 다정하게 풀어줄 수 있는 곳.
그렇게 우리 둘만의 1박 2일 치유 여행이 시작되었다.
1. 동의폭포 – 물소리로 시작된 첫 장면
산청 동의보감촌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가장 먼저 동의폭포로 향했다.
맑은 물이 절벽을 타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소리에
엄마는 “아이고, 여기 물소리 좋다” 하며 미소를 지으셨다.
폭포 아래에서 가만히 서 있으니
머릿속에 남아 있던 잡념이 하나둘씩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시작부터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2.엑스포 주제관 – 불로장생, 동서양의 공통된 욕망
다음으로 들른 곳은 엑스포 주제관이었다.
글로벌 전통의학 체험관에서는
동양과 서양 모두 ‘불로장생’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는 내용을
영상과 전시물로 소개하고 있었다.
중국의 불로초, 인도의 아유르베다, 서양의 연금술까지.
엄마는 조용히 보시다가
“사람 마음은 어디나 똑같네. 오래 살고 싶은 거지” 하셨다.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
엄마가 요즘 자주 하시던 생각이
어쩌면 여기에 담겨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3. 한의학박물관 – 몸을 이해하는 시간
한의학박물관은
체질 구분, 약이 되는 밥상, 경락 경혈, 항노화, 웰니스 등
다양한 건강 정보들이 꽉 들어찬 곳이었다.
“이건 우리 체질 이야기네?”
엄마는 진지하게 설명을 읽으시며
체질에 맞는 음식, 기 피로 회복법을 꼼꼼히 살펴보셨다.
특히 ‘만성질환에 좋은 약초’ 코너와
‘느리게 늙는 법’이라는 전시물 앞에서는
우리가 한참을 머물렀다.
“이런 건 병원보다 더 알차다.”
엄마의 그 말에 나도 동의했다.
이곳은 건강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4. 산책길과 약초테마공원 – 향기로 걷는 길
밖으로 나와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공기는 맑고, 햇살은 따뜻했다.
엄마는 가벼운 트레킹화에 힘을 실으며 조용히 걸으셨다.
약초테마공원에 도착하자
엄마는 “이거 우리 외할머니가 말려서 베개에 넣던 약초다”라며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내셨다.
국화꽃 향, 감초, 쑥, 창포 같은 향들이
기억의 문을 조용히 열어주는 듯했다.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고
잠시 벤치에 앉아 시간을 쉬었다.
어디 하나 바쁜 곳이 없어서, 그게 가장 좋았다.
5. 한방 기 체험장 – 온열과 향기로 몸과 마음이 풀리다
한방 기 체험장에서는
30분간의 온열 체험을 받았다.
따뜻한 약초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공간에서
엄마는 “여기 들어오니까 진짜 피로가 사라진다”며 눈을 감으셨다.
이후에는 향기주머니 만들기 체험을 했다.
엄마는 국화꽃, 감초, 구기자를 고르며
“이 향이 마음을 편하게 하네” 하셨고,
나는 그걸 조심스레 주머니에 담아드렸다.
“이거 차 안에 걸어두자.”
엄마가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를 코끝에 가져가셨을 때,
그 표정이 참 따뜻해 보였다.
6. 점심 – 약이 되는 밥상, 동의 약선관
온몸이 개운해진 상태에서
바로 옆 동의 약선관에서 점심을 먹었다.
약선 코스요리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정갈해졌다.
들깨죽, 연근조림, 감잎밥, 약초 나물, 유자소스 샐러드…
한 가지도 자극적인 게 없었다.
엄마는 “이건 진짜 몸에 들어가면서 바로 반응하는 음식 같다”며
조용히 반찬들을 다 드셨다.
나는 그 모습만으로도 이미 배가 부른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이 정돈되는 밥상.
우리는 말없이도 소통하고 있었다.
7. 허준 순례길 3코스 – 산앤휴 카페에서 족욕 체험
점심 후엔 허준 순례길 3코스를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
그 길의 끝에는 ‘산앤휴 카페’가 있었고,
우리는 이곳에서 족욕 체험을 했다. (30분, 1만 원)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자
엄마는 “이제 진짜 하루가 완성됐다”며 눈을 감으셨다.
창밖으로 산이 보이고,
머리맡에는 향기주머니에서 맡았던 익숙한 냄새가 났다.
“이거 매일 하고 싶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
8. 숙소 – 산청한방가족호텔, 푹 쉬다
숙소는 근처의 산청한방가족호텔이었다.
시설이 깔끔하고 편안해서
엄마가 “이런 데 다시 오고 싶다”고 하실 정도였다.
스파도 있었고, 침대도 넓고 따뜻했다.
밤에는 오랜만에 엄마와 나란히 누워
예전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또 웃었다.
정말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9. 둘째 날 아침 – 사슴목장, 해부동굴, 무릉교 출렁다리
호텔에서 가볍게 조식을 먹고
사슴목장과 해부동굴을 구경했다.
동굴 안은 시원했고,
엄마는 처음 보는 조명과 구조에 흥미로워하셨다.
그 다음은 무릉교 출렁다리.
엄마는 처음엔 “어지러워” 하시며 손을 꽉 잡으셨는데,
나중에는 “야, 이거 재밌다!” 하며 아이처럼 웃으셨다.
그 순간의 엄마 얼굴이
이번 여행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되었다.
10. 엄마를 위한 한약 – 동의본가 한의원
여행을 마무리하기 전,
미리 예약해 둔 동의본가 한의원에 들렀다.
엄마의 무릎과 기억력 보완에 좋은 한약을 한 재 지었다.
약재를 고르고 상담을 받는 동안
엄마는 평소보다 훨씬 차분하고 진지하셨다.
이제는 이런 것들도 여행의 한 부분이 되는 시기구나 싶었다.
11. 점심 – 산청각, 든든한 마지막 한 끼
마지막 점심은 주차장 근처의 산청각이라는 식당에서
육회비빔밥으로 든든하게 마무리했다.
신선하고 맛있었고, 엄마도 “오늘은 진짜 잘 먹었다”고 하셨다.
식사를 마치고 차에 오르며
우리는 동시에 말했다.
“여기, 꼭 다시 오자.”
자주, 늦기 전에, 다시
산청에서의 1박 2일은
무엇을 많이 본 여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와 나란히 걷고,
느리게 숨 쉬고, 오래 바라본 시간이었다.
건강을 위해 떠났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마음에 담고 돌아왔다.
정말 기가 막힌 코스였고,
엄마와 함께여서 더 완벽했던 여행이었다.
📌 여행 정보 요약
지역 | 경남 산청 동의보감촌 일대 |
기간 | 1박 2일 |
숙소 | 산청한방가족호텔 |
주요 코스 | 동의폭포, 주제관, 한의학박물관, 약초공원, 기 체험장, 족욕카페, 사슴목장, 출렁다리 등 |
체험 | 온열 체험(5천 원), 향기주머니, 족욕(1만 원), 한약 짓기 |
음식 | 동의약선관 약선 코스요리, 산청각 육회비빔밥 |
'소도시 로컬 여행 > 국내 가족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산 가족여행기 – 태화강 십리대숲과 고래, 바다를 품은 1박 2일 (0) | 2025.07.21 |
---|---|
영월 가족여행 – 동굴과 별, 단종을 만나다 (0) | 2025.07.20 |
엄마와 함께한 겨울 고향 여행: 간성의 바다, 추억 그리고 온기 (0) | 2025.07.18 |
엄마와 함께한 담양 소도시 여행 – 초록 숲길과 가을빛 단풍 사이에서 (0) | 2025.07.18 |
엄마와 함께한 석모도 온천 여행 – 그 시절 소녀였던 엄마를 떠올리며 (0) | 2025.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