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로컬 여행/국내 가족 여행

영월 가족여행 – 동굴과 별, 단종을 만나다

lala-news 2025. 7. 20. 01:04

가족과 떠나는 1박 2일의 소중한 여름

여름이 되면 늘 마음이 바빠진다.
누구보다 아이가 가장 기다리는 계절이고,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는, 사람이 많지 않고 자연이 가까운 곳,
그리고 조용하지만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을 찾다 ‘영월’을 선택했다.

이 작은 소도시는
강과 동굴, 별과 역사, 그리고 가족이 함께 걷기 좋은 길들을 품고 있었다.
단 하루 밤, 이틀의 여정이었지만,
우리에겐 오래 남을 이야기로 충분했다.

 

고씨동굴
고씨 동굴

① 시원한 막국수와 고씨동굴에서 시작한 여정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먼저 막국수집을 찾았다.
쫄깃한 면발, 살얼음 동치미 육수, 그리고 씹을수록 고소한 김가루.
한입에 피로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아이도 기분 좋게 젓가락을 들었고,
남편도 “이건 여름 여행의 정석이지”라며 싹 비워냈다.

점심 후엔 ‘고씨동굴’로 향했다.
이곳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동굴 내부가 다양하고 흥미로운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걸어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장소였다.
차가운 공기와 물방울 소리, 천장에서 내려오는 종유석이
아이에겐 작은 탐험처럼 느껴졌고,
우리에겐 잠시나마 다른 세상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안겨줬다.

청령포
단종의 유배지인 청령포

② 청령포 – 단종의 슬픔 앞에 선 아이

고씨동굴을 나오고 난 뒤
우리는 조용한 분위기의 ‘청령포’로 발길을 옮겼다.
유배지로 잘 알려진 이곳은
조용한 강 옆에 단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여긴 뭐 하는 데야?”라는 아이의 물음에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어린 왕이 이곳에 갇혀 살다, 끝내 돌아가지 못했대…”
아이의 얼굴이 잠시 굳더니 작게 말했다.
“너무 불쌍해…”

역사는 사실과 감정이 함께 어우러질 때 아이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슬퍼할 수 있었던 공간’이었다.

 

③ 소담 흙집펜션에서의 조용한 저녁

숙소는 ‘소담 흙집펜션’이었다.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 지은 집은
도심에서 지친 우리 가족에게 딱 알맞은 공간이었다.
벽은 흙으로, 기둥은 나무로,
창문 밖에는 산과 들이 펼쳐져 있어
아이도 “여기 너무 조용해~”라며 웃음을 지었다.

가만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니
그 자체로 마음이 평온해졌다.
영월이라는 도시는,
그렇게 천천히 우리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었다.

별마로 천문대
별마로 천문대

④ 별마로 천문대 – 눈으로 별을 만난 밤

밤이 되자 우리는 ‘별마로 천문대’로 향했다.
이름 그대로 ‘별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날씨가 맑았고, 다행히 별도 잘 보였다.
천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망원경으로 별을 하나하나 관찰하던 아이가
“나도 별자리 공부할래!”라며 눈을 반짝였다.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진짜 별이 반짝이던 그 밤,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이
아주 멀리서 반짝이는 것들로 환해졌다.

래프팅
시원한 래프팅

⑤ 동강 래프팅 – 물 속의 웃음, 물 밖의 자유

다음 날 아침은 래프팅 예약으로 시작됐다.
영월의 ‘동강 래프팅’은 물살이 비교적 완만해
아이와 함께 체험하기에 적당했다.

처음엔 조금 심심해 하던 아이도
중간에 잠시 배가 멈췄을때 물에 내려 수영도 하고,
배 위에서 서로 물을 튀기며 웃다 보니
온 가족이 젖을 정도로 신났다.

햇살, 시원한 물, 그리고 웃음소리.
그 순간은 그 무엇보다 완벽한 여름이었다.

패러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 하며 보는 한반도지형

⑥ 갈비, 카페 그리고 패러글라이딩

래프팅 후엔 아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집으로 이동했다.
고기를 구우며 도란도란 나눈 대화,
한창 자라나는 아이가 밥을 두 공기나 먹는 모습은
부모에게 주는 보람 중 하나다.

식사 후엔 카페에 들러 여유를 즐기고,
영월 근교 단양으로 이동해 패러글라이딩 체험까지 마무리했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압도적이었고,
짧지만 짜릿한 공중 체험은
“시간이 너무 짧아!”라는 아이의 외침으로 마무리되었다.

 

돌아오는 길 – 조용히 잠든 아이, 따뜻한 기억

귀가하는 길, 아이는 뒷자석에 고개를 기대고 잠에 빠졌다.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장면과 감정이 담겨 있었는지를
우리는 조용히 떠올렸다.

영월은 그렇게
우리 가족에게 하나의 여름 앨범처럼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