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여행을 찾다
아이들이 자라고, 나는 조금씩 느려지는 부모님의 걸음을 보게 된다.
예전에는 어디든 함께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젠 장소보다 ‘걷기 좋은 거리’를 먼저 살피게 된다.
엄마와 함께 조용한 가을을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전남 담양이었다.
초록의 대나무숲으로 유명한 죽녹원,
그리고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드는 메타세콰이어길.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여행지.
그게 엄마와 나,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곳이었다.
죽녹원 – 청량한 대나무숲, 걷기 좋은 짧은 산책
담양 죽녹원은 생각보다 짧고 아담했다.
푸르른 대나무숲길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햇빛이 대나무 사이로 스며들어 마치 수묵화처럼 느껴졌다.
“대나무가 이렇게 시원한 느낌이구나.”
엄마는 한 걸음 한 걸음 내게 맞춰 걸으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길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엄마의 무릎도 크게 무리가 가지 않았고,
산책하듯 숲을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나눴다.
메타세콰이어길 – 가을빛 단풍과 현실적인 엄마의 말
죽녹원을 나와 메타세콰이어길로 향했다.
노랗고 붉게 물든 나무들이 길 양옆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하지만 입장료가 있다는 사실에 엄마는 잠시 멈추셨다.
“아니, 걷는 길인데 왜 돈을 내?”
“나는 그냥 눈으로 볼래.”
그 말에 나도 웃음이 났다.
엄마다운 말이었다.
사실 그 길은 보기에는 멋졌지만, 꼭 돈을 내야 할 정도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그 반대편, 무료로 열려 있는 짧은 길을 걸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그 길에서 우리는 여유롭게 걸었고,
옆에 유럽풍으로 꾸며진 작은 상점들을 구경하며 담양만의 감성을 느꼈다.
담양의 떡갈비, 그리고 조용한 밤
산책을 마치고 담양의 명물인 떡갈비를 먹으러 갔다.
부드럽고 양념이 잘 배어 있어 부모님들께도 딱 좋은 식감이었다.
엄마도 만족하셨고, 나는 그 모습에 괜히 기뻤다.
숙소는 미리 예약해둔 조용한 호텔.
스파 시설이 있어 엄마와 함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갔다.
“아이고, 개운하다.”
엄마의 그 말이 이 여행의 가장 큰 보람이었다.
밤이 되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어릴 적 이야기, 내가 기억 못 하던 사소한 일상들,
엄마가 들려주는 과거의 장면들을 들으며 웃고 또 웃었다.
그렇게 함께한 밤,
시간이 느리게 흘러 고마웠고,
그런 시간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걸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담양딜라이트 – 사계절의 빛, 엄마의 미소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고,
근처에 있는 담양딜라이트 전시관에 들렀다.
사계절을 테마로 조명과 영상으로 구성된 전시는
생각보다 화려하고 감각적이었다.
엄마는 “이런 건 처음 봐”라며 연신 감탄하셨고,
나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 마치 소녀처럼 느껴졌다.
가을빛이 가득한 방 안에서
엄마와 사진도 많이 찍고,
조용히 오래 머물며 감상을 했다.
짧은 1박 2일이었지만,
느릿한 듯하면서도 마음은 꽉 찬 여행이었다.
다음 여행을 생각하며
돌아오는 차 안,
“다음엔 어디 가고 싶어?”
내가 묻자,
엄마는 조용히 말했다.
“겨울 바다… 그런 거 한번 보고 싶다.”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이제는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귀하다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
여행 정보 요약
여행지 | 전남 담양 |
코스 | 죽녹원 → 메타세콰이어길 외곽 → 떡갈비 식사 → 호텔 스파 → 담양딜라이트 전시 |
여행 방식 | 자가용 1박 2일 |
추천 대상 | 부모님 동반 여행, 걷기 부담 없는 코스 찾는 사람 |
분위기 | 자연 속 산책 + 감성 체험 + 소소한 힐링 중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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