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로컬 여행/국내 가족 여행

80대 부모님과 함께한 부여·공주 효도여행 코스 추천

lala-news 2025. 7. 17. 01:27

역사 속 시간을 함께 걸은 1박 2일, 부모님과의 여행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여든을 넘기셨지만, 다행히 건강을 잘 유지하고 계신다. 어머니는 평소에 책을 즐겨 읽으시고, 역사 관련 방송이나 다큐멘터리도 꾸준히 보실 정도로 기억력도 또렷하시다. 아버지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으셔서 가족 간의 대화 속엔 종종 ‘고려는 말이야’, ‘백제는 이런 나라였지’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오간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충남 부여와 공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을 부모님과 함께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어디를 간다는 것보다 무엇을 함께 보고 느끼느냐가 중요하다고 믿었기에, 백제의 숨결이 남아 있는 이곳은 그 무엇보다 뜻깊은 장소였다.
특히 백제문화단지의 야경, 낙화암과 부소산성에서의 풍경, 공산성에서의 수문병 교대식 등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부모님 세대에게 깊은 감정을 건드리는 순간이었다. 이 글은 1박 2일 동안 부모님과 다녀온 걷기 쉬운, 조용하고 감동적인 소도시 효도 여행기다.

 

백제문화단지
백제문화단지 야경

 

1일차 – 부여: 백제의 마지막 시간을 마주하다

●첫 번째 코스 – 부소산성과 낙화암

첫 일정은 부소산성이었다. 등산이라고 할 만큼의 경사는 아니고, 산책로처럼 천천히 올라가면 낙화암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은 특히 어머니에게 의미 있는 장소였다. 예전부터 백제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으셨던 어머니는, 낙화암에 오르기 전부터 “여기가 삼천궁녀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곳이야”라며 설명을 건네주셨다.

“백제가 무너질 때, 이 절벽에서 많은 궁녀들이 백마강으로 몸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있어. 비록 전설일지라도 마음이 아파지는 장소야.”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나도 자연스레 그 시대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백마강이 흐르는 풍경과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는 그 순간, 부모님도 나도 말없이 한참을 서 있었다.
이 코스는 경사가 심하지 않고 중간중간 벤치도 많아서, 무릎이 불편한 어머니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다.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걷는 데 딱 좋은 일정이었다.

●점심 식사 – 부여 국수집

점심은 인근에서 꽤 유명하다는 국수 전문 식당에서 해결했다. 생각보다 웨이팅이 길었지만, 함께 기다리는 시간조차 부모님과의 대화가 이어져 그리 지루하진 않았다. 다만, 국수 맛은 기대보다는 평범한 수준이었고, 부모님도 “그냥 그랬다”고 담백하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먹는 국수 한 그릇, 그 자체로도 좋았다.

●숙소 체크인 – 부여 롯데리조트

부여에서의 숙소는 롯데리조트였다. 쾌적하고 조용한 환경, 넓은 복도, 무리 없는 엘리베이터 동선 등 노년층에게 최적화된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부모님 모두 만족하셨다.
방에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이 리조트의 하이라이트를 보기 위해 나섰다.

●백제문화단지 야경 – 조명이 비춘 고요한 시간 속으로

리조트 바로 옆에 있는 백제문화단지는 밤에도 개장해 있었고, 이곳의 야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고궁 건축물이 은은한 조명에 비치면서, 마치 백제 왕궁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모님도 “이런 조용한 밤 산책은 정말 오랜만이다”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셨다.

무릎이 불편한 어머니도 거의 걷는 부담 없이, 벤치에 앉아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실 수 있었고, 이 조용한 시간이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남았다.

수문병 교대식
수문병 교대식 재현

2일차 – 공주: 생생하게 살아 있는 백제의 모습

●아침 사우나 & 해장국

다음 날 아침엔 리조트 내 사우나를 이용했다. 조용하고 깔끔한 내부, 어르신들을 배려한 시설에 부모님이 만족하셨다.
사우나 후 근처에서 선지해장국으로 속을 든든히 채웠다. 국물이 진하고 잡내도 없어 어머니가 “해장국인데도 깔끔하다”고 칭찬하셨다.

●궁남지 산책 후 공주로 이동

궁남지는 간단하게 한 바퀴 산책하고 공주로 이동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공산성, 그리고 그곳에서 진행 중이던 웅진성 수문병 교대식이었다.

●공산성 & 수문병 교대식 관람

공산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역사 유적지로, 대부분 평지 위주라 부모님도 무리 없이 관람하실 수 있었다.
운 좋게도 도착했을 때 마침 수문병 교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화려한 복식, 깃발, 전통 의식이 실제로 펼쳐지는 이 프로그램은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큰 관심을 보이셨다. 어머니는 “역사책에서 봤던 병사들의 장면이 이렇지 않았을까?”라며 깊은 인상을 남기셨다.
백제의 역사적 공간 위에서,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공유한다는 감정은 참 특별했다.

한정식
공주 한정식 맛집

●점심 식사 & 여행 마무리

공산성 앞의 한정식집에서 정갈한 식사를 한 뒤, 근처 카페로 이동해 공주 특산물인 밤빵과 따뜻한 차 한잔을 마셨다. 창밖으로 보이는 공주의 고즈넉한 거리, 부모님의 편안한 표정, 그리고 그 순간의 고요함이 참 고마웠다.

 

80대 부모님과의 여행 팁 요약

항목설명
이동 수단 자차 이동이 가장 효율적 (버스는 피로도 큼)
동선 하루 2~3개 코스로 여유롭게 구성
음식 자극적이지 않고 익숙한 국·탕·한정식 위주
장소 선택 걷는 양이 적고, 쉬는 공간이 많은 곳
여행의 핵심 ‘많이 보는 것’보다 ‘천천히 느끼는 것’이 중심이 되도록
 

 

역사 속 그 순간,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

이번 여행은 단지 부여와 공주를 다녀온 일정 그 이상이었다.
역사에 대한 이해와 기억을 간직한 부모님과, 그 공간을 함께 걸으며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감정을 경험한 특별한 시간이었다.
80대 부모님과의 여행은 더 이상 "체력 걱정"만으로 가늠할 수 없는 가치가 있었다.
오히려 조용히 함께 걷고, 함께 기억하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같은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진짜 효도 여행이라는 걸 이번 여정에서 깊이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