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이야기 흐름
- 말은 있지만 대화는 없었던 우리
- 함께 떠나기로 한 결정
- 경북 영양,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 핸드폰을 내려놓고 마주 앉은 저녁
- 다시 걸은 길, 그리고 잡은 손
- 돌아오는 차 안의 달라진 공기
1. 말은 있지만 대화는 없었던 우리
같은 집에 사는데, 이상하게 대화가 줄었다.
필요한 말은 했지만, 감정이 섞인 말은 잘 하지 않게 됐다.
아침엔 출근 준비하느라 바쁘고, 퇴근하면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TV를 봤다.
남편은 뉴스, 나는 쇼핑앱.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를 보지 않고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당신, 요즘 왜 이렇게 말이 없어?”
남편의 말에, 나도 되물었다.
“당신도 그래.”
그날 밤,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우린 언제부터 이렇게 멀어진 걸까.
말을 꺼내기도, 듣기도 조심스러운 사이가 돼버렸다.
2. 함께 떠나기로 한 결정
며칠 뒤, 문득 내가 말했다.
“주말에 우리, 어디 좀 다녀올래요?”
남편은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핸드폰은 놓고 가자. 이번엔 진짜 아무것도 하지 말자.”
우린 그렇게 경북 영양으로 향했다.
경상북도 내륙 깊숙한 작은 군 단위 마을로,
사람도 드물고, 숲과 별이 가득한 조용한 곳이었다.
인터넷도 잘 안 터지고, 상점도 일찍 문을 닫는 그곳.
바로 우리가 찾던 ‘멈춤’의 장소였다.
3. 경북 영양,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도착한 날, 우리는 일월산 자락의 작은 숲길을 걸었다.
말없이 걷는 시간이 오히려 위로가 됐다.
서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옆에 있는 게 다였다.
산길에선 오직 흙길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렸다.
휴대폰은 가방 속에 넣은 지 오래였고,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쉬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마치 연애 시절, 아무 말 없이 손잡고 걸었던 그때처럼.
4. 핸드폰을 내려놓고 마주 앉은 저녁
숙소는 마을 안에 있는 오래된 민박이었다.
낡았지만 조용하고 따뜻한 공간이었다.
와이파이도 없고, TV도 없고, 딱히 할 것도 없는 그곳에서
우리는 촛불을 켜고 마주 앉았다.
“우리, 예전엔 이런 밤 좋아했었지.”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곱씹었다.
작은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컵에 차를 따르며 오랜만에 서로에게 시선을 맞췄다.
핸드폰 없이 대화만으로 채운 저녁,
그건 오히려 더 풍요로운 시간이었다.
5. 다시 걸은 길, 그리고 잡은 손
다음 날 아침, 다시 산길을 걸었다.
남편은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처음엔 조금 놀랐지만, 나도 손을 꽉 쥐었다.
그 순간,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괜찮다고, 우리는 아직 괜찮다고 말하는 듯한 손길이었다.
나무 사이로 빛이 스며들고, 바람은 부드러웠다.
그 길을 걷는 내내,
나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남편을 바라봤다.
6. 돌아오는 차 안의 달라진 공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음악도 라디오도 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어색하지 않았다.
침묵 속에서도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여행, 매년 한 번은 하자.”
나도 웃으며 대답했다.
“응. 이번엔, 잘 왔어.”
우리는 여전히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하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멈춰서, 다시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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