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일상이라는 바쁜 흐름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우리 가족은 어느 날 저녁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대화를 나눴다.
“이번 여름에는 어디로 떠나볼까?”
초등생인 딸은 바다가 보이는 곳을 가고 싶다고 말했고,
남편은 한적한 곳에서 가족끼리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나는 오랫동안 생각만 했던 '백령도와 대청도'가 문득 떠올랐다.
섬 여행은 쉽게 갈 수 없는 만큼 특별했고,
이 두 섬은 아직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은,
그래서 더 순수하게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백령도와 대청도로 떠나는 2박 3일의 여름 가족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떠나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첫째 날: 드디어 떠난 섬 여행, 백령도 두무진 절벽에서 만난 거대한 자연
아침 일찍 우리는 인천 연안부두로 향했다.
차를 주차하고 여객선에 몸을 실었을 때,
딸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기대감이 가득했다.
나는 배멀미가 걱정돼 미리 약을 준비했지만,
다행히도 바다 날씨가 좋아서 배는 아주 부드럽게 움직였다.
창밖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딸은 쉴 새 없이 창가에 얼굴을 붙였다.
배 위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는 '이제 정말 여행이 시작됐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백령도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바로 두무진이었다.
차를 타고 섬 북서쪽 끝자락으로 달려가니
곧 두무진의 장엄한 절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숨을 멈춘 듯 절경을 바라봤다.
딸은 바위의 모양을 보며
“진짜 성처럼 생겼어!”라고 소리쳤고,
나는 웃으며 “여기가 바로 백령도의 명소야”라고 말했다.
절벽을 따라 걷는 길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남편은 딸의 손을 꼭 잡고 조심스럽게 걸었고,
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에 바빴다.
두무진은 정말 압도적인 풍경을 자랑했다.
수천 년 동안 바닷바람과 파도가 깎아낸 절벽들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웅장했다.
절벽 끝에서 바라본 바다는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로 부서지는 하얀 파도는 그림 같았다.
그 순간, 우리 가족 모두는 말없이 그 풍경에 빠져들었다.
두무진을 돌아보고 난 뒤, 우리는 심청각과 심청사당으로 향했다.
남편은 딸에게 심청전 이야기를 들려주며
백령도의 전설을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심청각에서는 마치 옛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딸은 심청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고,
나는 이런 순간이 참 소중하다고 느꼈다.
점심시간이 되자 우리는 중화동 대게마을로 향했다.
대게와 전복, 신선한 해산물이 한상 가득 차려진 식탁을 보자
딸의 눈이 동그래졌다.
우리 가족은 푸짐한 식사를 즐기며 섬의 맛을 온전히 느꼈다.
남편은 “역시 바닷가에 오면 해산물이지!”라며 웃었고,
나는 딸이 싱싱한 해산물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무척 흐뭇했다.
오후에는 용기포 해변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모래사장은 부드럽고 물살도 잔잔해
어린딸이 안전하게 놀 수 있었다.
나는 남편과 함께 발을 담그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해변에서 놀던 딸의 웃음소리가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정말 평화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저녁 무렵에는 용트림바위 전망대로 이동해
섬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일몰을 감상했다.
절벽 위에 앉아 석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장면을 바라보며
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딸도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봤고,
남편은 내 어깨를 감싸며 속삭였다.
“이 순간, 정말 아름답다.”
첫날 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오늘 하루가 참 길면서도 순식간에 지나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둘째 날: 파도 소리와 함께 맞이한 아침, 농여해변의 조용한 힐링
둘째 날 아침은 콩돌해안에서 시작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지만
해변을 따라 산책하기 딱 좋은 시간이었고,
우리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걷기 시작했다.
콩돌들이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음악 같았다.
딸은 바닷가를 뛰어다니며 돌을 주웠고,
나는 남편과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며 여유를 만끽했다.
산책 후에는 숙소로 돌아와 자유시간을 보냈다.
우리 가족은 늦은 아침을 먹고 잠시 숙소에서 쉬었다.
오전의 햇살은 따뜻했고, 창밖으로는 바다 냄새가 가득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대청도로 향했다.
백령도에서 대청도로 가는 바닷길은
의외로 짧았지만,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는 함께 바깥에 나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보냈다.
대청도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바로 농여해변이었다.
이곳은 정말 조용했다.
파도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딸은 신나게 조개껍데기를 주웠고,
나는 남편과 함께 해변을 천천히 걸었다.
농여해변의 바람은 부드럽고, 바다는 잔잔했다.
그곳에 앉아 있으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
그날 밤, 숙소에서 바라본 대청도의 별빛은 잊을 수 없을 만큼 맑았다.
딸은 하루 종일 놀아서인지 금세 잠이 들었고,
나는 남편과 창밖의 밤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도 참 고마운 하루야.”
셋째 날: 마지막까지 이어진 여유, 섬 여행의 아름다운 마무리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우리는 옥죽포구로 향했다.
딸은 갯벌 체험을 하며 조개와 게를 찾았고,
나는 남편과 함께 바닷가를 산책했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마지막 일정은 대청도의 등대 오르기였다.
등대까지 오르는 길은 살짝 가팔랐지만
딸과 함께 천천히 걸으며 올라갔다.
등대에 도착했을 때, 우리 가족 모두는 감탄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말했다.
“이 풍경,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다시 배를 타고 인천으로 돌아왔다.
배 위에서 딸은 이번 여행을 되돌아보며
“또 오고 싶어!”를 외쳤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또 올 거야. 우리 가족만의 비밀 장소니까.”
2박 3일 가족여행 동선 완벽 요약
➊ 1일차
인천항 → 백령도 도착 → 두무진 → 심청각/심청사당 → 점심식사(대게마을) → 용기포 해변 → 용트림바위 일몰 감상 → 숙박
➋ 2일차
아침 산책(콩돌해안) → 오전 자유시간 → 점심 후 백령도 → 대청도 이동 → 농여해변 힐링 → 숙박
➌ 3일차
아침 → 옥죽포구 산책 → 대청도 등대 등반 → 점심 → 대청도 → 인천항 귀가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느꼈다.
진정한 여행의 가치는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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