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조용한 시간’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
서울 봉은사에서의 반나절, 강진 백련사에서의 1박 2일.
그 체험들이 내 삶에 남긴 울림이 예상보다 깊었다.
그래서 이번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떠나보았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다시 나를 바라볼 수 있을까.
서울에서 멀지 않은 여주,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신륵사에서의 1박 2일 템플스테이는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나는 이제, 이 시간을 더 이상 일회성으로 끝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거리, 다른 목적지
여주는 그리 낯선 장소가 아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한두 번쯤 지나쳤고,
가끔은 근처 아울렛에 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신륵사’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강변을 따라 난 길을 달려 도착한 사찰은
도심과 불과 1시간 반 거리임에도 완전히 다른 공기를 품고 있었다.
강물 위로 스치는 바람과, 낡은 기와 위에 앉은 햇살.
도착하자마자 나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고,
주머니 깊숙이 넣어두었다.
첫날 – 강을 바라보며 마음을 비우다
도착 후 접수를 마치고, 수행복으로 갈아입었다.
몸이 편해지자 마음도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했다.
신륵사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비교적 단순하다.
예불, 공양, 걷기 명상, 좌선 명상.
복잡하지 않은 일정이 오히려 마음을 덜어주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강변 걷기 명상’이었다.
강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저 흐르는 모습만으로도
나를 조용히 다독여줬다.
나는 평소 걷는 속도보다 천천히,
발걸음을 땅에 붙이듯 걸었다.
그렇게 걷는 동안 마음속에서 소음들이 하나씩 정리되었다.
저녁 예불 – 목소리보다 울림이 깊었다
법당 안은 생각보다 더 조용했다.
스님의 목소리, 목탁 소리, 그리고 나의 숨소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모든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생겼다.
나는 요즘 사람들과 연결돼 있으면서도,
정작 나 자신과는 단절된 삶을 살아왔던 것 같다.
그 밤, 조용한 법당 안에서 처음으로
나와 다시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째 날 – 안개 속 강을 바라보며 시작한 하루
새벽 예불은 5시에 시작되었다.
잠에서 깬 몸을 이끌고 법당으로 향하는 길,
강 위에 내려앉은 안개가 마치 흰 이불처럼 강을 덮고 있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입을 다물고,
마음속으로만 “감사합니다”라고 되뇌었다.
좌선 명상은 여전히 어렵다.
생각은 떠오르고, 자세는 불편하고,
눈을 감은 채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내가 다시 나를 붙잡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충분했다.
아침 공양 – 고요 속에서 씹은 밥알 하나
사찰의 공양은 항상 조용하고 단순하다.
메뉴는 정갈한 나물, 된장국, 고슬고슬한 밥.
하지만 나는 그 밥을 먹으며 어제의 강바람,
새벽 공기, 예불의 울림을 함께 삼켰다.
혼자서 조용히 앉아 먹는 밥이
이렇게 마음을 채워줄 수 있다는 걸
이전에는 정말 몰랐다.
참가 정보 –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신륵사 템플스테이는 템플스테이 포털 또는 사찰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나는 주말 1박 2일 프로그램을 선택했고,
비용은 5만 원 내외로 공양과 숙박, 명상 프로그램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준비물은 거의 없다.
수행복은 현장에서 제공되며,
편한 옷, 양말, 세면도구 정도만 챙기면 된다.
핸드폰은 꺼두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그 몇 시간의 정적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이제 이 시간을 계속하고 싶다
이번 템플스테이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게, 더 깊게 다가올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매번 다녀올 때마다 마음 한편이 환해지고,
그 여백 속에서 나는 지금껏 미뤄왔던 생각들을 조용히 정리한다.
예전엔 이런 시간들을 잠깐의 탈출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는 확신한다.
이건 도망이 아니라 회복이다.
다음엔 친구나 가족과 함께 오고 싶다.
내가 느낀 이 고요함과 위로를,
혼자만 간직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시간을 내 삶의 한 부분으로 계속 이어가고 싶다.
그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한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이번이 세 번째 템플스테이였다.
서울의 봉은사, 남도의 백련사에 이어 여주의 신륵사까지.
사찰은 다르지만, 돌아오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이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는 걸.
언젠가는 친구와, 가족과 함께 걷고 싶다.
'소도시 로컬 여행 > 템플 스테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용히 나를 들여다본 1박 2일 – 강진 백련사 템플스테이 체험기 (0) | 2025.07.12 |
---|---|
쉴 줄 몰랐던 30년, 도심 속 사찰에서 나를 잠시 내려놓았다 (0) | 2025.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