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로컬 여행

엄마와 함께한 석모도 온천 여행 – 그 시절 소녀였던 엄마를 떠올리며

lala-news 2025. 7. 17. 23:54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나도 모르게 자주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엄마다.

엄마도 한때는 어리고 순수한 소녀였을 텐데,
첫딸인 나를 낳았을 때도 지금의 나처럼 모든 게 낯선 초보 엄마였을 텐데...

어떻게 그 많은 시간들을, 그 많은 고단함을 버텨내고 살아오셨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괜히 미안하고, 괜히 가슴이 먹먹해진다.

언젠가 엄마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클라크 게이블을 좋아했었지.”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요즘 딸들의 감성과 닮아 있었다.
그때 엄마의 표정은 분명 소녀 같았다.

오래전 즐겨 들으시던 올드팝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면
나는 지금도 그 시절 엄마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그런 엄마와 단둘이, 조용한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 마음 하나로 떠난 곳이 바로, 인천 강화도의 끝 섬, 석모도였다.

 

 

석모도 온천

 

1. 석모도로 향하는 길 – 익숙하고 따뜻한 시작

주말 아침, 엄마와 함께 차에 올랐다.
엄마는 김밥을 싸 오셨고, 나는 커피 두 잔을 들고 운전석에 앉았다.

석모대로 향하는 해안 도로는 고요했고,
바다 냄새가 창문 너머로 스며들었다.

엄마는 조용히 음악을 듣다 말고, 올드팝 한 곡에 반응하셨다.
“이 노래, 네 외삼촌이 좋아했었지…”

그렇게 과거의 시간이 차 안을 채우는 동안,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충분히 가까웠다.

 

2. 보문사와 마을 산책 – 삶의 속도 늦추기

석모도에 도착한 후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보문사였다.
오래된 돌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엄마는 숨을 조금씩 고르셨고,
나는 그 옆에서 엄마의 속도에 맞춰 걸었다.

절벽 끝에 놓인 불상과 그 아래로 펼쳐진 바다.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나는 그 순간
‘지금 여기 엄마와 함께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가득 찼다.

절을 다녀와 근처 마을에서 식혜를 마시고,
엄마는 작은 손수건을 하나 사셨다.
오랜만에 소녀 같은 표정으로 물건을 고르는 엄마를 보며
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보문사

 

3. 석모도 미네랄 온천 – 몸과 마음이 동시에 풀리는 시간

온천으로 향했다. 미네랄 노천탕은 생각보다 더 조용했고,
엄마는 처음 물에 몸을 담그며 “물이 참 부드럽다”고 하셨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말없이 산을 바라봤고,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걸 느끼며
묵은 피로가 천천히 풀리는 걸 경험했다.

엄마는 온천을 참 좋아하셨다.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아"라는 말에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의 노천탕은, 진짜로 그랬다.

 

4. 숙소에서의 밤 – 파도 소리에 잠들다

숙소는 바다가 살짝 보이는 조용한 민박이었다.
방 안에는 TV도 없었고, 대신 파도 소리가 잔잔히 들려왔다.

저녁으로 간단한 생선구이를 함께 먹고,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근 채 엄마와 하루를 정리했다.

누워 있는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나에게 늘 ‘엄마’였지만,
그전에 ‘자기 자신’으로 살았던 한 사람이었겠구나.

 

5. 다음 날 – 강화도 드라이브와 바다 카페에서의 대화

아침은 간단히 토스트와 삶은 달걀.
커피를 천천히 마시는 엄마의 모습이 고요하고 단정했다.

강화도 해안도로를 따라 한 바퀴 천천히 달리며
우리는 말없이 창밖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바다 뷰 카페.
엄마는 유자차를,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오래된 얘기, 가족 얘기, 그리고 미래 얘기를 도란도란 나눴다.

창밖에는 갈매기가 날았고,
테이블 위로 햇빛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이 여행이 내게 남긴 것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가끔 다시 그날의 순간을 떠올린다.

그건 단지 온천 여행이 아니었다.
엄마가 소녀였던 시절을,
그리고 내가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함께 걸었던 시간이었다.

언젠가 엄마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다.
지금도 마음 어딘가에서 꿈을 간직하고 계실까.

다음 여행은, 그 꿈에 조금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는 곳으로 떠나보고 싶다.

 

여행 정보 요약 (표)

항목내용
여행지 인천 강화도 석모도
핵심 방문지 보문사, 미네랄 온천, 바다 카페
여행 방식 자가용 1박 2일
예상 경비 약 20~25만 원 (2인 기준)
추천 계절 가을~겨울 (노천탕 강추)
분위기 조용한 휴식, 가족 힐링에 적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