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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 운다헌에서의 요가와 차 명상 – 나를 찾아 떠난 2박 3일

도시에 오래 머물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이 점점 메말라가는 걸 느낀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일에 몰두하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나에게 ‘쉼’은 더 이상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전남 보성의 한옥 스테이 ‘운다헌’. 차밭이 내려다보이는 조용한 한옥에서 요가와 명상, 다도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는 소개 문구에 이끌려 나는 짐을 쌌다. 봄이 완연한 5월, 초록이 가장 짙은 시기에, 나 자신을 다시 만나기 위한 작은 여행을 떠났다.도착과 첫인상 – 초록 물결 사이로 들어선 고요한 집전남 보성역에 내리자 공기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미세먼지로 흐릿한 하늘이 아닌, 푸른 하늘과 탁 트인 산자락이 나를 반겼다. 예약해둔 스테이 ‘운다헌’은 차밭 언덕 위에 위치한 조용한 ..

폰 없이 마주한 딸, 처음 듣는 마음의 소리 – 가평 글램핑장에서의 디지털 디톡스 여행

늘 손에 폰을 쥐고 있는 딸을 바라보며, 문득 마음이 무거워졌다.스마트폰은 어느새 우리 가족 사이의 침묵을 당연하게 만들었고, 대화는 단답으로 줄었으며, 눈을 맞추는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스마트폰 속 정보와 메신저 알림이 우선이 되었고, 정작 내 옆에 있는 아이와는 마음을 제대로 나눈 기억조차 아득했다.그래서 이번엔, 단단히 마음먹고 딸과 함께 떠나기로 했다.목적지는 경기도 가평. 사람 많은 관광지 대신, 조용한 숲속 글램핑장을 예약했다.무엇보다 ‘하루 동안 스마트폰 없이 지내기’라는 약속을 나누며,작게라도 우리 사이의 벽을 허물어보고 싶었다. 처음 글램핑장에 도착했을 때, 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텐트를 바라봤다.“오, 이거 캠핑장이야? 생각보다 좋다?”텐트 안에는 침낭..

“나를 만나는 하루 – 요가와 명상, 그리고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나온 눈물 한 줄기”

몸이 아닌 마음이 먼저 지쳐 있던 어느 날때론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쳐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그날도 그랬다.일상은 돌아가고, 사람들과 말도 섞지만어딘가 허전하고 메말라 있는 내 감정을 스스로 외면하고 있었다.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가와 명상 리트릿’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경기도 근교 조용한 명상센터에서 진행되는 소규모 워크숍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그 순간 마음이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반응했다.‘가봐야겠다.’ 나를 마주하는 시간, 처음엔 낯설고 조심스러웠다명상센터는 산자락 아래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주변엔 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졌다.참가자들은 나를 포함해 7명.서로 인사도 조심스럽게 ..

도심을 벗어나 마음을 듣다 – 경기도 광주 명상센터 체험기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쉼'의 시작하루에도 수십 개씩 스쳐 지나가는 유튜브 영상 중 하나였다.‘호흡 명상’, ‘스트레스 완화’ 같은 키워드가 눈에 띄었고,무심코 재생한 영상 속에서 김주환 교수의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그 순간은 그저 지나가는 시간의 한 장면이었지만,며칠 뒤 나는 『내면 소통』이라는 그의 책을 사게 되었고,그때부터 '명상'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내가 나를 회복하는 방법일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마음챙김'의 개념을 이해했다.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인식하는 것.그러나 이론만으로는 깊이 다가갈 수 없었다.나는 결국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서울에서 차로..

다시 떠난 템플스테이, 여주 신륵사에서 조용히 나를 마주하다

나는 요즘 ‘조용한 시간’을 자꾸 떠올리게 된다.서울 봉은사에서의 반나절, 강진 백련사에서의 1박 2일.그 체험들이 내 삶에 남긴 울림이 예상보다 깊었다.그래서 이번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떠나보았다.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다시 나를 바라볼 수 있을까.서울에서 멀지 않은 여주,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신륵사에서의 1박 2일 템플스테이는익숙한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도 마음을 정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그리고 나는 이제, 이 시간을 더 이상 일회성으로 끝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거리, 다른 목적지여주는 그리 낯선 장소가 아니다.운전을 하다 보면 한두 번쯤 지나쳤고,가끔은 근처 아울렛에 들르기도 했다.하지만 ‘신륵사’라는 이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강변을 따라 난 길을 달려 도착한 사..

조용히 나를 들여다본 1박 2일 – 강진 백련사 템플스테이 체험기

서울 봉은사에서 반나절 동안의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이후, 내 삶에 잠깐의 쉼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깨달았다.짧은 시간이었지만 마음이 고요해졌고, 한동안 그 느낌이 오래 남았다.그래서 이번에는 마음먹고 더 깊은 쉼을 찾아 떠나보기로 했다.1박 2일 동안 나와 조금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조용한 자연 속에 자리한 전라남도 강진의 ‘백련사’였다. 내려가는 길부터 달랐다금요일 퇴근 후 바로 출발했다면 너무 피곤했을 테니,나는 토요일 새벽 첫차를 타고 강진으로 향했다.서울에서 강진까지는 KTX와 버스를 포함해 약 4시간 반.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이상하게 마음은 점점 가벼워졌다.도착할수록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줄었고,강진만 너머 펼쳐진 바다가 보일 즈음엔내가 도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게 실..

쉴 줄 몰랐던 30년, 도심 속 사찰에서 나를 잠시 내려놓았다

30년 가까이 회사에 몸담으며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왔다.성과, 마감, 책임, 관계...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넘길 수 없었다.그렇게 수십 년을 버텨냈지만, 어느 날 문득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손에 남은 건 실적도, 칭찬도 아닌 피로감과 허무함뿐이었다.그때 알게 된 것이 템플스테이였다. 멀리 떠날 시간은 없었지만,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봉은사에서의 반나절이잠시라도 나를 쉬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출근길, 문득 멍해졌던 그날그날도 늘 하던 대로 아침 7시에 눈을 떴다.셔츠를 입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출근길 지하철에 올랐다.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문득 멍해졌다.“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그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순간 나는 멈추고 싶었다.그게 템플..

산마늘 향을 따라,영월 약초산행과 산채비빔밥 – 약초 여행 8화

산속에서 나는 향기 중에 유독 코끝을 찌르는 것이 있다.바로 산마늘이다.‘명이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진짜 산에서 만나는 산마늘은 향도, 맛도, 존재감도 다르다.이번 약초산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영월.늦봄의 고지대 숲속에서 산마늘을 찾아 걷고,마을 밥상에서 ‘산채비빔밥’으로 마무리한 하루.이 여정은 강한 향처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1. 영월로 떠나는 길 – 고요함을 품은 산으로서울을 새벽에 출발했다.목적지는 영월 주천면의 고지대 숲.이곳은 5월 중순에도 공기가 차고,그늘 아래에는 습기가 고여 있어 산마늘이 잘 자란다.차 안에서 회원들과 나눈 대화는 간단했다.“오늘은 향부터 강할 거야.”산마늘을 찾는 날은 말보다 숨이 많다.조용히 걷고, 냄새를 맡고, 땅을 살핀다.산에 도착하니, 아..

민들레 피는 길,양구 약초산행과 들꽃의 하루 – 약초 여행 7화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5월의 끝자락, 산길에 노란 꽃이 피었다.그 꽃은 민들레.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피어 있지만, 사실 민들레는 오래전부터 건강을 위한 약초로 불려왔다.이번 약초산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양구.여기서 나는 ‘길가에 핀 민들레’를 따라 걷고,그 민들레를 삶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민들레꽃 한 송이에서 시작된 하루가자연과 건강, 그리고 느림의 의미를 되짚게 해준 여행이었다. 1. 양구로 향한 아침 – 민들레를 찾아 떠나다서울에서 양구까지는 약 2시간 반.차창 밖으로 이어지는 초록의 물결은 어느새 봄을 넘어서 여름을 향하고 있었다.이번 여행은 산악회 일정은 아니었고,회원 몇 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조용히 떠난 소규모 약초산책이었다.양구 남면 일대는 민들레가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농..

칡을 캐는 손,정선 약초산행과 삶을 배우는 시간 – 약초 여행 6화

깊은 산골로 들어가면, 자연보다 먼저 사람이 보인다.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강원도 정선.약초산행 여섯 번째 주인공은 ‘칡’,그리고 그 칡을 평생 캐온 어르신의 손이었다.칡은 뿌리를 뽑아야 얻을 수 있는 약초다.땀을 흘려야만 겨우 한 뿌리,그 고된 작업 속에 숨어 있는 지혜와 생명력은단순한 약초 그 이상이었다.이번 여행은 ‘산 속 채취’에서 멈추지 않고,산속 어르신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자연과 인생의 접점을 배우게 된 하루였다. 1. 정선으로 향하는 길 – 깊은 산, 조용한 기대서울에서 정선까지는 3시간이 훌쩍 넘는다.길은 멀고, 산은 점점 깊어졌다.가도 가도 산이었다.도시에선 단절된 듯했던 초록이,이곳에서는 마치 숨 쉬듯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목적지는 정선군 화암면의 작은 마을.관광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