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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산청 동의보감촌 여행 – 약초 향기와 따뜻한 물로 채운 1박 2일

늦지 않게, 천천히 함께 걷기 위해 떠난 길언제부턴가 엄마는 몸의 이곳저곳을 자주 두드리셨다.무릎이 욱신거린다, 밤에 푹 자질 못한다, 입맛이 없다.엄마가 아프다는 말은 자주 하지 않지만,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꾸 마음에 걸렸다.그래서 이번 여행은 조금 특별하게 준비했다.볼거리보다 ‘쉴 곳’을,체험보다 ‘회복’을 중심에 둔 여행.경남 산청의 동의보감촌은 그런 점에서 아주 딱 맞는 곳이었다.엄마와 함께 조용히 걷고,좋은 공기와 약초 향을 맡으며몸도 마음도 다정하게 풀어줄 수 있는 곳.그렇게 우리 둘만의 1박 2일 치유 여행이 시작되었다. 1. 동의폭포 – 물소리로 시작된 첫 장면산청 동의보감촌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우리는 가장 먼저 동의폭포로 향했다.맑은 물이 절벽을 타고 시원하게 떨어지는 소리에엄마는..

엄마와 함께한 겨울 고향 여행: 간성의 바다, 추억 그리고 온기

겨울은 언제나 돌아보게 하는 계절이다. 추운 바람 속에서 떠오르는 기억, 그리운 얼굴들, 그리고 지나간 시간들. 이번 겨울, 나는 엄마와 함께 고향인 간성을 찾았다. 서울에서 출발한 하루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따라가는 여정이었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진부령의 설경, 7번 국도를 따라 펼쳐지는 겨울 바다, 간성시장의 정겨운 풍경, 그리고 친척 어르신들을 만난 민속마을 왕곡까지. 엄마와 나는 그날, 눈과 바람을 벗 삼아 수십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그 이야기를 이곳에 남긴다. 용대리 황태정식으로 시작한 겨울 여정겨울 아침, 서울을 떠난 차는 이른 시간부터 꽤나 바쁘게 움직였다. 고속도로를 달려 첫 번째 목적지였던 용대리 황태정식 맛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무렵. 이곳은 엄마와 예..

엄마와 함께한 담양 소도시 여행 – 초록 숲길과 가을빛 단풍 사이에서

엄마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 여행을 찾다아이들이 자라고, 나는 조금씩 느려지는 부모님의 걸음을 보게 된다.예전에는 어디든 함께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이젠 장소보다 ‘걷기 좋은 거리’를 먼저 살피게 된다.엄마와 함께 조용한 가을을 보내고 싶었다.그래서 선택한 곳이 전남 담양이었다.초록의 대나무숲으로 유명한 죽녹원,그리고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드는 메타세콰이어길.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걸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여행지.그게 엄마와 나,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곳이었다. 죽녹원 – 청량한 대나무숲, 걷기 좋은 짧은 산책담양 죽녹원은 생각보다 짧고 아담했다.푸르른 대나무숲길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햇빛이 대나무 사이로 스며들어 마치 수묵화처럼 느껴졌다.“대나무가 이렇게 시원한 느낌이구나.”엄마는 한 걸음..

엄마와 함께한 석모도 온천 여행 – 그 시절 소녀였던 엄마를 떠올리며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나도 모르게 자주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엄마다.엄마도 한때는 어리고 순수한 소녀였을 텐데,첫딸인 나를 낳았을 때도 지금의 나처럼 모든 게 낯선 초보 엄마였을 텐데...어떻게 그 많은 시간들을, 그 많은 고단함을 버텨내고 살아오셨을까.그런 생각을 하면 괜히 미안하고, 괜히 가슴이 먹먹해진다.언젠가 엄마가 조용히 말씀하셨다.“클라크 게이블을 좋아했었지.”지금 생각하면 그 말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요즘 딸들의 감성과 닮아 있었다.그때 엄마의 표정은 분명 소녀 같았다.오래전 즐겨 들으시던 올드팝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면나는 지금도 그 시절 엄마의 뒷모습을 떠올린다.그런 엄마와 단둘이, 조용한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그 마음 하나로 떠난 곳이 바로, 인천 강화도의..

80대 부모님과 함께한 부여·공주 효도여행 코스 추천

역사 속 시간을 함께 걸은 1박 2일, 부모님과의 여행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여든을 넘기셨지만, 다행히 건강을 잘 유지하고 계신다. 어머니는 평소에 책을 즐겨 읽으시고, 역사 관련 방송이나 다큐멘터리도 꾸준히 보실 정도로 기억력도 또렷하시다. 아버지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으셔서 가족 간의 대화 속엔 종종 ‘고려는 말이야’, ‘백제는 이런 나라였지’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오간다.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충남 부여와 공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을 부모님과 함께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어디를 간다는 것보다 무엇을 함께 보고 느끼느냐가 중요하다고 믿었기에, 백제의 숨결이 남아 있는 이곳은 그 무엇보다 뜻깊..

산을 지키는 채취.약초 채취법,금지종,안전예절 – 약초 여행 10화

“이건 캐면 안 돼요.”산길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말했다.작고 예쁜 꽃이 피어 있었지만, 우리는 손을 거뒀다.산에는 우리가 몰라도 안 되는 규칙과 예의가 있다.그걸 지키지 않으면 좋았던 산행이 불법 채취로 바뀌기도 한다.약초산행을 하다 보면, 어디까지 채취해도 괜찮은지무엇은 만지면 안 되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오늘은 그 이야기, ‘산을 지키며 채취하는 법’에 대해 정리해본다. 1. 약초 채취, 어디서 해도 괜찮을까?솔직히 말하면, 아무 산에서나 캐면 안 된다.특히 국유림이나 보호지역은 허가 없이는 채취가 불법이다.국유림(산림청 관할)→ 무단 채취 시 산림자원법 위반→ 1,000만 원 이하 벌금 또는 과태료국립공원, 생태보호구역→ 식물뿐 아니라 흙, 나무가지 채취도 금지개인 소유 산도 함부로 들어가면 안 ..

약초를 오래 먹는법.건조,보관,활용 노하우 – 약초 여행 9화

봄날 산에서 두릅을 캐던 날, 한 회원이 바구니를 보며 말했다.“이거 그냥 두면 내일 다 물러져.”산나물은 금방 상한다. 향도 날아가고, 색도 바랜다.그 말을 들은 후부터 나는 산에서 캐온 약초를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직접 해보니 잘 말리는 법, 오래 두는 법, 맛있게 먹는 법엔 생각보다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오늘은 그동안 배운 약초 보관과 활용 노하우를 정리해두려 한다.산에서 시작된 나물 한 줌이 내 식탁 위에 오래 남도록 말이다. 1. 왜 약초는 바로 먹지 않고 ‘말려야’ 할까?약초는 대부분 수분 함량이 높아 상온에서 빠르게 상한다.특히 두릅, 고사리, 머위, 민들레, 산마늘 등 봄 약초는하루 이틀만 지나도 무르게 변하고, 향이 날아가며,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그래서 민..

소원했던 우리 부부, 영양 산길에서 다시 손을 잡다

🔖 여행 이야기 흐름말은 있지만 대화는 없었던 우리함께 떠나기로 한 결정경북 영양,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핸드폰을 내려놓고 마주 앉은 저녁다시 걸은 길, 그리고 잡은 손돌아오는 차 안의 달라진 공기1. 말은 있지만 대화는 없었던 우리같은 집에 사는데, 이상하게 대화가 줄었다.필요한 말은 했지만, 감정이 섞인 말은 잘 하지 않게 됐다.아침엔 출근 준비하느라 바쁘고, 퇴근하면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TV를 봤다.남편은 뉴스, 나는 쇼핑앱.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를 보지 않고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당신, 요즘 왜 이렇게 말이 없어?”남편의 말에, 나도 되물었다.“당신도 그래.”그날 밤, 나는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우린 언제부터 이렇게 멀어진 걸까.말을 꺼내기도, 듣기도 조심스러운 사이가 돼버렸다...

서울을 껐더니, 마음이 켜졌다 – 직장 동료와 함양에서 보낸 2박 3일

매일 쏟아지는 알림음과 무심코 넘기는 수십 개의 메시지 속에서, 어느 순간 나 자신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지친 눈으로 야근 중인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우연히 옆자리 재현 씨와 눈이 마주쳤다. “주말에, 우리 그냥 아무 데나 떠나볼까요?”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우리는 어디로든, 그저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다. 고민 끝에 고른 곳은 ‘함양’이라는 생소한 지명이었다. 휴대폰 검색 결과조차 많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끌렸다. 그렇게 우리는 2박 3일간의 자연 속 디지털 디톡스 여행을 떠났다. 목적은 단 하나,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 이번 여행 이야기 구성 보기지친 일상 속, 문득 떠나고 싶었던 어느 날천년 숲, 상림공원에서의 조용한 첫 산책와이파이도 없던 숙소, 그 밤의 따뜻한 대화..

하늘비재에서의 여름 – 전파 없는 마을에서 찾은 진짜 쉼

올여름엔 어디 멀리 떠나지 않기로 했다. 바다도, 해외도 아닌 조금 더 조용하고, 내 마음과 가까운 곳을 찾고 싶었다. 어느 날 문득 생각났다. 예전에 딸과 함께 다녀온 인제의 작은 마을. 전파도 잘 안 터지고, 시냇물 소리만 가득하던 그곳.그 마을 초입에 있는 민박집, 이름도 참 예뻤다. ‘하늘비재’. 그때는 그냥 하룻밤 머물렀지만, 마음 한구석에 그 풍경이 오래 남아 있었다.다시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고, SNS도 이메일도 잠시 멈췄다. 이번 여름휴가는 세상과 단절하고, 오직 나 자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전파 없는 마을, 그 낯설고 반가운 고요함인제 읍내를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돌자, 도로는 점점 좁아졌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도시의 어떤 광고보다도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