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시 로컬 여행/해외 가족 여행

부모님과 4형제 부부, 10명이 함께 떠난 대마도 가족 전용 패키지여행기

lala-news 2025. 7. 21. 20:27

살다 보면 가족끼리 단체로 여행을 떠날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바쁜 일상과 각자의 삶 속에서 시간을 맞추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특별했다. 부모님과 네 형제, 각자의 배우자까지 총 10명이 처음으로 함께 떠난 가족 해외여행. 가까운 일본 대마도로의 2박 3일. 여행사에 특별히 요청해 우리 가족만 단독으로 진행된 패키지였기에 더 의미 있었고, 편안했다. 그 여정을 이 글에 담아본다.

 

 

대마도 2박 3일 가족여행 요약 일정표

날짜주요 일정 요약
1일차 부산 출발 → 히타카츠 도착 → 점심(치츠루 식당) → 에보시타케 전망대 → 와타즈미 신사 → 만제키바시 → 저녁(해산물 바비큐) → 숙박(이즈하라)
2일차 조식 → 하대마 관광(카미자카 전망대, 코모다하마 신사 등) → 점심(덴푸라 벤또) → 아유모도시 자연공원 → 나가사노유 온천 → 저녁(현지 식당) → 숙박(히타카츠)
3일차 조식 → 도보 관광(하치만구, 가네이시성, 덕혜옹주비 등) → 한국전망대 → 미우다 해변 → 슈시강 산책 → 점심(라멘 등) → 면세점 쇼핑 → 부산 귀국

에보시타케 전망
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1일차 – 부산에서 대마도 히타카츠로, 가족 여행의 시작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씨플라워호는 잔잔한 대한해협을 가르며 대마도를 향해 나아갔다. 약 1시간 30분 후, 히타카츠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을 마치고 우리는 바로 전용 차량에 탑승했다. 미리 여행사에 우리 가족만의 단독 패키지 구성을 요청해두었기 때문에, 전체 일정은 여유롭고 부담 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첫 식사는 히타카츠항 근처의 치츠루 식당에서 간단한 스시와 우동이었다. 기대했던 첫 끼니에 비해 음식 구성이 다소 아쉬웠고, 형님은 가이드에게 “다음 식사는 현지 분위기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패키지여행이더라도 유연하게 피드백을 반영해주는 점이 좋았다.

본격적인 관광은 에보시타케 전망대에서 시작됐다. 전망대에 오르자 아소만과 주변의 섬들이 탁 트인 시야에 들어왔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풍경에 부모님도 감탄을 금치 못하셨다. 이어 도착한 와타즈미 신사는 바다 위 토리이(신사 입구의 문)로 유명한 곳으로, 일본의 용궁 전설이 깃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가이드는 “이곳은 예로부터 바다를 지키는 신에게 기도하던 장소”라며 지역 전설을 풀어 설명해주었고, 아이들처럼 모두가 진지하게 들었다.

잠시 후, 우리는 만제키바시(만관교)를 건넜다. 대마도의 북과 남을 잇는 주요 다리로, 섬 속 또 다른 섬을 하나로 이어주는 교통의 요충지라고 했다.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이 다리를 지날 때 창밖으로 보이는 수면 위 반짝이는 햇살이 인상적이었다.

저녁 식사는 해산물 바비큐 특식. 대게, 조개, 고기 등 풍성한 재료가 나왔고, 시원한 맥주를 곁들여 오랜만에 형제들끼리 큰 웃음이 오갔다. “우리 진짜 여행 온 게 맞나?”라며 어머니가 웃으셨고, 그 순간은 사진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다.

숙소는 이즈하라 시내의 3성급 호텔. 오래된 구조지만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부모님 방은 엘리베이터와 가까운 쪽으로 배정되어 무리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가사노유 온천
나가사노유 온천

2일차 – 대마도의 역사와 자연을 따라 걷다

호텔 조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우리는 하대마 지역 관광을 시작했다.
첫 코스는 카미자카 전망대. 어제보다 더 높고 탁 트인 위치에서 대마도의 동쪽 해안을 조망할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걷는 전망대 산책로는 부모님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였다.

다음은 코모다하마 신사. 소박한 분위기 속에 자리 잡은 이 신사는 대마도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곳이라 한다. 시이네의 이시야네, 오후나에 등도 함께 방문했는데, 각각의 장소에 얽힌 전통과 지역문화에 대한 가이드의 해설이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아유모도시 자연공원. 은어가 돌아오는 계절이 되면 강을 따라 수많은 은어가 헤엄쳐 올라온다고 했다. 자연 보호구역답게 조용하고 정돈된 산책로가 인상 깊었고, 가족끼리 걸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점심은 덴푸라 도시락(벤또). 외관은 소박했지만 내용은 알찼고, 갓 튀긴 덴푸라의 바삭함은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켰다.

오후에는 나가사노유 온천에 들렀다. 외관은 오래된 동네 목욕탕처럼 보였지만, 내부에 들어서니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노천탕이 있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며 부모님은 “옛날 시골 목욕탕 같아 좋다”며 웃으셨다. 조용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 우리 가족끼리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저녁은 스시와 안주류가 함께 나오는 현지 식당에서 가볍게 맥주와 함께 했다. 형제들은 대화를 나누며, “이런 시간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며 서로의 삶을 공유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한 뒤 우리는 히타카츠 지역의 작지만 깔끔한 호텔에서 숙박했다.

전복회
싱싱한 전복회

가족만의 패키지여행, 대가족에겐 최고의 선택

이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코 우리 가족만을 위한 전용 패키지 구성이었다. 일반적인 패키지라면 불특정 다수와 함께 움직이게 되지만, 이번 여행은 10명이라는 인원 구성에 맞춰 전용 차량, 전용 가이드, 유연한 일정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모든 이동이 편안했고, 일정이 과하게 빡빡하지 않아 부모님도 지치지 않으셨다.

특히 대마도처럼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섬 지역에서는 전용 차량이 큰 장점이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자연공원, 전망대, 신사를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었고, 이동 중에도 가이드는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흥미롭게 소개해주었다. 덕분에 단순한 관광이 아닌 '이해하며 걷는 여행'이 되었다.

가족 구성원이 많고 부모님을 모시고 움직이는 일정이라면, 이렇게 프라이빗하게 구성된 패키지여행이 훨씬 실속 있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미우다 해변
미우다 해변

3일차 – 이즈하라 도보관광과 대마도의 깊은 역사

마지막 날, 호텔에서 아침을 먹은 후 우리는 이즈하라 시내 도보 관광에 나섰다.
첫 번째 방문지는 하치만구 신사. 조용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했다.

이어 가네이시성에 들렀다. 대마도를 다스리던 번주들이 살았던 성으로, 주변은 공원처럼 잘 정비되어 있었다. 이곳에 오니 대마도가 단순한 섬이 아니라, 역사적 배경이 깊은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덕혜옹주비였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비운의 삶에 대해 가이드가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부모님도 숙연한 표정으로 들으셨다. 근처의 표민옥적은 조선인 표류민을 수용했던 장소로, 한국과 일본의 복잡한 역사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북부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한국전망대에서는 수평선 너머 부산 땅이 희미하게 보였다. “저기 보이는 곳이 우리나라구나”라는 어머니의 말에 모두가 그 풍경을 오래 바라보았다.

이어 방문한 미우다 해수욕장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고요한 파도 소리, 모래사장, 그리고 부드러운 햇살이 여행의 마지막을 감성적으로 만들어주었다.
마지막 코스는 슈시강 산책. 울창한 삼림 속을 걷는 길은 피톤치드가 가득했고, 부모님도 “마치 어린 시절 고향 강을 걷는 것 같다”며 좋아하셨다.

점심은 간단히 규동, 돈카츠, 라멘을 시켜 나눠 먹으며 마무리했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메뉴였지만, 함께여서 더 특별했다.

 

귀국 – 마음에 남은 시간

여행의 마지막은 면세점 쇼핑. 일본 특산 과자와 술, 해조류 등을 구입한 뒤 히타카츠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쳤다.
배를 타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 바다 위에서 우리는 말했다.

“이렇게 가족끼리, 천천히, 편하게 여행 온 건 처음이지?”

 

 

가까운 곳에서 찾은 소중한 시간

이번 대마도 가족여행은 단순한 해외여행이 아니었다.
가족의 온기와 대화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여정이었고, 부모님의 웃음이 하루 종일 이어졌던 멋진 시간이었다.
전용 패키지라는 구성 덕분에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고, 가이드의 설명 덕분에 역사와 문화까지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비싼 리조트에 가지 않아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은 여행지가 된다는 걸 다시 느꼈다.
이 글을 읽는 누구에게든, 부모님과 함께하는 가족 단위의 여행을 꼭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대마도는 그 첫 여행지로 아주 적합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