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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 부부 여행기: 10월, 얼하이 호수의 장어와 옥룡설산 말 타기 체험

lala-news 2025. 7. 8. 00:35

나는 지난 10월, 남편과 함께 잊지 못할 여행을 다녀왔다. 중국 운남성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곳이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는 그 숨겨진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쿤밍공항에서 시작된 여정은 다리, 리장, 그리고 옥룡설산으로 이어졌고,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가이드의 안내 덕분에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얼하이 호수의 장엄한 풍경, 그곳에서 맛본 커다란 장어 요리, 그리고 리장 인근의 옥룡설산에서의 말 타기 체험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나눈 대화 또한 여행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이 여행은 운남성의 가을처럼 깊고 따뜻한 여운을 내게 남겼고, 나는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얼하이호수

10월, 가을바람을 타고 떠난 운남성 여행

나는 가을이 되면 유난히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선선한 바람과 포근한 햇살이 어우러지는 10월은 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남편과 나는 올 가을에는 조금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 중국 운남성이었다.

우리는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가이드와 함께 운남성을 여행하기로 했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쿤밍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선선한 가을 바람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곳의 가을은 쨍한 햇살과 차가운 공기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공항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 가이드는 이동 내내 친절하게 운남성의 문화와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 부부는 가이드 덕분에 여행에 대한 걱정 없이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다리였다. 이동하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마치 동양화처럼 아름다웠고, 높고 푸른 하늘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강물의 모습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얼하이 호수, 장어와 마주한 뜻밖의 만남

다리에 도착한 우리는 얼하이 호수로 향했다. 얼하이 호수는 정말 압도적인 크기와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었다. 가을 햇살 아래에서 호수는 잔잔하게 반짝였고, 하늘과 맞닿은 듯한 드넓은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10월의 얼하이 호수는 선선한 바람 덕분에 더욱 청량했다. 호숫가에서는 현지 어부들이 장어를 잡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가이드는 우리를 작은 식당으로 안내해 직접 잡은 장어를 맛볼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나는 지금껏 본 적 없는 거대한 장어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장어는 고소한 향을 내뿜었고,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담백하고 쫄깃한 맛에 감탄했다.

남편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런 장어는 처음 먹어봐, 정말 특별한 맛이야”라고 말했다. 얼하이 호수의 장관과 장어 요리는 이번 여행의 특별한 추억으로 깊이 남았다.

 

리장 고성

 

리장 고성, 고즈넉한 가을 골목길의 정취

다리에서의 여정을 마친 우리는 리장으로 향했다. 리장 고성은 이미 많은 여행자들에게 알려진 곳이지만, 10월의 가을 리장은 비교적 한적했다. 현지 한국인 가이드는 우리에게 북적이지 않는 시간대에 리장 고성을 걷게 해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조용히 골목을 걸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리장 고성의 돌길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전통 가옥과 붉은 등불이 어우러진 골목은 가을 햇살 아래에서 더욱 고즈넉하게 빛났다. 나는 남편과 함께 천천히 거리를 걸으며 기념품 가게에 들러 작은 소품을 구경했다.

가이드는 리장 고성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주었고,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도시의 깊은 역사와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리장의 골목을 걸으며 마주한 가을 정취는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었고, 나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옥룡설산, 해발 4000m에서의 숨 막히는 말 타기 체험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리장 인근의 옥룡설산이었다. 옥룡설산은 해발 4000미터가 넘는 웅장한 설산으로, 운남성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였다.

10월의 옥룡설산은 이미 높은 고도 덕분에 공기가 차가웠다. 우리는 말을 타고 설산을 오르는 일정에 도전했다. 말에 올라타자마자 설렘과 긴장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나는 말을 타고 오르며 문득 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거운 몸을 싣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말의 숨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을 오를수록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구름이 발 아래로 내려앉고, 설산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숨이 멎는 듯한 감동을 느꼈다.

남편 역시 말 위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여긴 정말 다른 세상 같아”라고 감탄했다. 고산지대 특유의 시린 바람이 피부를 스쳤지만, 우리의 마음은 벅찬 설렘으로 가득했다.

 

송이주와 송이구이, 깊어가는 가을밤의 운남성 풍미

옥룡설산의 웅장한 풍경을 뒤로하고 내려온 우리는 현지 식당에서 특별한 음식을 맛보았다. 바로 운남성에서만 즐길 수 있는 송이주와 송이구이였다.

식당 안에는 송이 향이 가득 퍼져 있었고, 가을 햇살이 창가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송이구이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향과 쫄깃한 식감이 놀라웠다.

송이주는 첫 향부터 깊고 진한 버섯 향이 감돌았고, 부드러운 목넘김이 인상적이었다. 남편과 나는 잔을 부딪치며 여행의 즐거움을 나눴고, 순간의 여유로움을 마음껏 즐겼다.

나는 운남성의 송이 음식에서 가을의 깊은 맛을 오롯이 느꼈고, 여행의 여유가 이렇게 음식으로도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게스트하우스의 밤, 여행자들과의 따뜻한 인연

우리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분위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저녁 시간이 되자 각국의 여행자들이 모여 저마다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일본, 프랑스, 독일에서 온 여행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고, 남편도 영어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모두가 웃으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했고, 언어가 달라도 여행이라는 공통된 주제 덕분에 금세 가까워졌다.
그날 밤, 게스트하우스 마당에서는 따뜻한 웃음소리와 별빛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나는 이 자리에서 ‘여행의 진짜 매력은 결국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또 다시 찾아가고 싶은 운남성의 가을

일주일간의 운남성 여행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쿤밍공항으로 향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남편은 조용히 내게 말했다.
“이번 여행은 정말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 다음 가을에도 꼭 다시 오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다짐했다.
얼하이 호수의 장엄한 풍경, 송이구이의 깊은 풍미, 옥룡설산의 압도적인 절경, 게스트하우스에서의 따뜻한 인연까지.

이 모든 것이 가을 운남성의 선물이었고,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가장 특별한 가을 추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