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와인 모임 단톡방에 올라온 한 문장.
“이번 여름엔 와인 마시러 어디 안 가?”
늘 레스토랑이나 와인바에서만 만났던 우리에게 누군가가 제안했다.
“복숭아 와인 만들러 영천 가볼래?”
그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지만, 금세 분위기는 “어, 괜찮은데?”로 바뀌었다.
이렇게 우리는 단순한 시음 모임을 넘어, 복숭아 향 가득한 소도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도시를 떠나는 설렘 – 영천으로 향하는 길
서울에서 영천까지는 생각보다 가깝다.
KTX로 동대구역까지 간 뒤, 영천까지는 시외버스를 타고 약 40분.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면서 도시의 속도가 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포도밭과 논, 소담한 마을들이 이어지는 그 풍경은, 우리가 떠나온 도시와는 전혀 다른 리듬을 가진 세상이었다.
도착한 곳은 영천시 포은면에 위치한 ‘위 와이너리’.
이미 입구부터 포도와 복숭아의 달콤한 향이 섞인 듯한 공기가 우리를 반겼다.
복숭아 와인 만들기 체험 – 와인 좋아하는 우리도 처음 해본 경험
와인 모임이라고 해서 와인을 잘 만든다거나, 와인의 원리를 잘 아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병 속에 담긴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체험은 복숭아 손질부터 시작됐다.
직접 씻고, 분쇄기에 넣고, 즙을 착즙해 발효 통에 붓는 과정까지 하나하나 설명을 들으며 따라했다.
담근 복숭아 와인은 발효 기간이 필요해서 완성된 후 택배로 발송된다고 했다.
이름을 적은 라벨을 각자 병에 붙이는 순간, 괜히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이게 진짜 ‘나만의 와인’이구나” 싶은 기분.
시음 시간 – 도심에선 절대 맛볼 수 없는 와인
체험 후 이어진 시음 시간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우리는 세 가지 복숭아 와인을 시음했다.
- 드라이 복숭아 와인 – 단맛은 거의 없고, 깔끔한 피니시. 깔끔하게 한 잔 마시기 좋았다.
- 스파클링 복숭아 와인 – 여성 멤버들이 제일 좋아한 와인. 향이 좋고 청량감이 뛰어났다.
- 세미 스위트 복숭아 와인 – 디저트 와인처럼 달콤했지만 질리지 않는 산미가 매력적이었다.
멤버들은 각자 가장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고르며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고, 결국 거의 모든 종류를 한 병씩 구매했다.
마트에서 파는 와인과는 차원이 다른 ‘한국 과일의 정취’가 느껴지는 맛이었다.

함께한 사람들이 더 특별하게 만든 여행
사실 와인을 만든 것도, 마신 것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 그 자체였다.
늘 와인 한 병을 놓고 취향을 나누던 사람들과
한 병을 직접 만드는 체험을 하니,
그 와인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한 멤버는 “이 병은 내가 결혼할 때 열 거야”라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엄마 생일에 선물하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아”라고 했다.
그 병 하나하나에 기억이 담기는 순간들,
그게 바로 우리가 소도시로 떠났던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영천이라는 공간 – 느림 속의 여유를 느낀 하루
영천은 유명한 관광 도시는 아니다.
하지만 그 조용함이, 그 수수한 풍경이
우리의 일상에서 비워낸 감정을 채워주는 듯한 공간이었다.
시골 마을의 공기, 낡은 간판, 복숭아 나무 그늘, 작은 와이너리 창고 하나까지
모든 것이 오래 머물고 싶은 풍경이었다.
특히 복숭아 철인 여름에는
자연 그 자체가 액티비티가 된다.
걷기만 해도 힐링이고,
단 한 병의 와인에도 계절이 담긴다.
기념으로 남긴 것들 – 복숭아 와인과 함께한 감정
체험이 끝난 후 우리는 와인뿐 아니라
젤리, 식초, 잼, 코르크 공예 키트까지 하나씩 챙겼다.
작은 기념품이지만, 그 안에 함께한 시간과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돌아오는 길,
버스 안에서 한 친구가 말했다.
“이제 우리 와인 모임 이름을 바꾸자.
진짜 와인을 만든 사람들이니까.”
그 말에 모두 웃었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선, 그 말이 진짜처럼 들렸다.
소도시 여행 정보 요약
체험 내용: 복숭아 와인 만들기 + 시음 + 라벨링
체험 시간: 약 1시간 30분
이용 요금: 1인 25,000원~35,000원
추천 시즌: 6~9월 복숭아 철
예약 방법: 전화 또는 홈페이지 사전 예약
특징: 발효 후 완성된 와인 택배 발송 / 소규모 팀 추천
교통편: 서울 → 동대구(KTX) → 영천(버스 또는 택시)
추천 대상: 와인 동호회, 커플, 친구, 가족
한 병의 와인에 담긴 여름
이 여행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아마 ‘복숭아 와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우리는 영천의 햇살, 친구들의 웃음, 그리고 병에 붙인 우리의 이름을 떠올릴 것이다.
빠르고 번잡한 도시를 잠시 떠나,
소도시에서 만난 이 작은 체험은
오래오래 기억될 ‘달콤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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