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엔 어디 멀리 떠나지 않기로 했다. 바다도, 해외도 아닌 조금 더 조용하고, 내 마음과 가까운 곳을 찾고 싶었다. 어느 날 문득 생각났다. 예전에 딸과 함께 다녀온 인제의 작은 마을. 전파도 잘 안 터지고, 시냇물 소리만 가득하던 그곳.그 마을 초입에 있는 민박집, 이름도 참 예뻤다. ‘하늘비재’. 그때는 그냥 하룻밤 머물렀지만, 마음 한구석에 그 풍경이 오래 남아 있었다.다시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은 가방에 넣고, SNS도 이메일도 잠시 멈췄다. 이번 여름휴가는 세상과 단절하고, 오직 나 자신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전파 없는 마을, 그 낯설고 반가운 고요함인제 읍내를 지나 굽이굽이 산길을 돌자, 도로는 점점 좁아졌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도시의 어떤 광고보다도 평화..